공간의 향기 | 길상사(吉祥寺)

도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 순간순간 우리의 일상적인 마음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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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한국관광공사

 


 

라이프 스타일로서 미니멀리즘이 최근 몇 년간 좀 유행했던 것 같아. 그 유행이 있기 한참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넘어 무소유를 주장하셨던 선각자 한 분이 우리나라에 계셨지. 맞아. 바로 법정 스님의 이야기야.

 

“위기의 본질은 모자람에 있지 않고 넘침에 있다”

 

법정 스님께서는 대개의 위기는 넘침에서 비롯되기에 “넘침”을 항상 경계하고자 무소유를 지향하셨던 것 같아. 법정 스님은 30여 권의 책을 펴냈는데,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베풀었다고 해. 그래서 그가 세상을 떠날 때 그의 계좌에는 돈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렇게 청빈하게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된 책조차도 소유의 흔적으로써 마음에 걸렸나 봐. 그는 유언으로 자신의 책을 더는 발행하지 말고 폐기해달라고 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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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상에 유일하게 남긴 그의 유골은 현재 길상사에 보관되어 있어. 길상사는 그의 책 <무소유>를 떼어놓고 생각할 순 없어.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은 김영한 여사가 자신이 소유한 땅과 건물을 모두 기부하면서 지금의 길상사가 탄생하게 되었기 때문이지. 김영한 여사는 지금의 절터에서 대원각이라는 매우 큰 요정을 운영하는 사장이었고, 그녀 역시 젊은 시절 기생이라 불리는 삶을 살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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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대원각에서 길상사로 바뀐 그곳이,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랐어. 지친 현대인들이 각자의 고뇌를 잠시 내려두고 쉴 수 있는 그런 절이 되길 바랐던 거지. 그녀는 요정 대원각에서 당시 기생이라 불리었던 여성들이 옷을 갈아입던 팔각정에서, 맑고 장엄한 범종 소리가 울려 퍼지길 바랐다고 해. 자신을 스쳐 간 모든 인연의 일상이 더 맑고 향기로워지길 그녀는 진심으로 바랐던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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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은 2000년에 이루어진 그의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어.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맑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 순간순간 우리의 일상적인 마음속에 있습니다.”

 

오늘 우리 센티의 일상도 맑고 향기롭게 울려 퍼지길 바라며, 백석의 시 한 편을 남기고자 해.

왜 갑자기 백석의 시냐고?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등장하는 “나타샤”는 다름 아닌 대원각을 기부한 김영한 여사기 때문이야. 백석이 젊은 시절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끝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연인이 바로 김영한 여사였거든. 그녀도 백석을 잊지 못하고 항상 그리워했어. 백석은 6.25 전쟁 이후 북한에 머물면서 그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거든. 그녀는 자신이 운영했던, 기부했을 때 기준으로 시가 1천억이 넘는 대원각을 가리키며, 백석의 시 한 줄 만도 못하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
그리고 그거 알아? 백석 시인이 일본에 유학하면서 하숙했던 집 주소가 “동경 길상사 1875번지”였다는 사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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