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페티쉬

발 냄새가 좋다고?

냄새 페티쉬

냄새 페티쉬
@Steve Shook @wikipedia

휘발유, 소독차, 아스팔트, 유성 매직, 매니큐어, 먹지(ditto sheet), 리무버, 세제, 염색약…
혹시 이런 이상한 냄새 좋아해 본 적 있어?

 

좋은 냄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코끝을 자극하며 끌리는 향들이 있어.

어릴 때 소독차가 온 동네를 돌기 시작하면 흰 소독약 냄새에 꼬인 것처럼 차를 따라가는 친구들이 있었고, 석유난로에서 나는 휘발유 냄새가 이상하게 끌리기도 했어(아! 가스 마신 건 아니야 ㅎㅎ).

우리 댕댕이의 꼬릿한 냄새가 묘하게 안정되는 느낌이 들어 자꾸 킁킁거리기도 하고.

이런 독특한 현상을 Smell Fetish, 냄새 페티쉬라고 해.

 

 

사람마다 좋아하는 냄새 취향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보통 꽃이나 과일 향을 떠올리기 쉽잖아?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공장 냄새, 새 자동차 냄새, 심지어는 푸세식 화장실 냄새처럼 약간 비정상(?)적인 향 에 더 강하게 반응하기도 해.

살림남에서 이장군 선수의 아내분이 발 냄새, 정수리 냄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더라구. 발냄새 페티쉬는 지식IN 질문도 많더라.😁

이상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사실 이런 냄새에 끌리는 건 꽤 흥미로운 메커니즘이 있거든.

 

우리 뇌에는 후각 편도체 경로(olfactory-amygdala pathway)라는 게 있어서, 냄새가 감정과 기억을 곧바로 연결해.

그래서 어릴 때 접했던 냄새가 강렬하게 각인되면서 그 향에 묘한 애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아빠가 자동차 기름 냄새를 풍기며 데리러 왔다면 휘발유 냄새가 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외국에서는 학교에서 ditto sheet(먹지)를 자주 쓰는데 그 냄새를 맡으며 시험 볼 때 긴장했던 기억이 남아있다면, 먹지 냄새가 이후에도 묘하게 설레거나 집중되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조건반사(conditioned response)에 가깝지.

 

또 하나 재미있는 건, 휘발유나 아스팔트 같은 강렬한 화학적 냄새가 쾌감을 줄 수 있다는 거야.

이건 도파민 시스템(dopaminergic system)과 관련이 있어.

특정 자극(여기엔 냄새도 포함돼)이 예상치 못한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며 쾌감이나 흥분을 일으켜.

이게 반복되면 그 냄새에 대한 일종의 쾌락적 조건화 가 생기게 되지.

 

독특한 노트를 사용한 향수들
@commedesgarconsparfum @zoologistperfumes

 

향수에서도 이런 독특한 냄새를 선보이기도 해.

꼼데가르송 Comme des Garcons의 Odeur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빨갛게 달궈진 전구의 먼지 냄새, 뜨거운 금속 냄새, 갓 구운 빵 냄새, 잉크, 전기 배터리, 지구의 무기 냄새 같은 걸 향수로 만든 거야.

이게 무슨 냄새야 싶지만 계속 맡게 되는, 묘하게 중독적인 향들이라니까.😁

주올로지스트 Zoologist Perfumes도 개성 있는 향들을 자주 선보여.

이름부터가 Squid, King Cobra 같은 만만치 않은 향수엔 잉크, 장뇌, 대마초, 큐민, 흙 같은 노트가 들어가 있어.

또, 석유 Petroleum 노트를 쓴 향수도 있어. Bruno Perrucci Parfums의 The Dark Side of the Water(2023)은 탑 노트가 석유라 너무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의외로 평이 좋더라고.

노트가 독특하면 이상할 거 같지만, 오히려 그 묘한 엣지 때문에 더 매력적인가 봐. 조향사께서 스멜 페티쉬가 있는 게 아닐까?😂🤣

 

기묘한 향들에 끌리는 게 꼭 이상한 건 아니야.

낯선 향들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오히려 개성 있게 느껴져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싶어.

냄새 페티쉬가 있다면 나를 묘하게 자극하는 냄새들을 좀 더 친근하게 알아보아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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