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
- 위치 :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안녕, 센티들!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 그사이 해가 바뀌었어.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하는 게 있지. 바로 새해 결심! 오늘이 12일이니깐 나의 작심삼일도 벌써 5회 차에 들어섰어. 센티들은 새해 결심 잘 지키고 있어?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결심에 이은 실행을 하고, 또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시 회고하고 결심을 수정하길 반복하지. 우리의 삶은 정말이지 끝없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어.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마련된 사유의 방 입구에 적혀있는 문구야.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시간이지. 그래서 오늘의 공간으로 선택해보았어.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면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수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설명 중에서
사유의 방 설계와 시공을 맡은 곳은 원오원아키텍스 건축사무소야. 그곳의 대표 최욱 건축가는 반가사유상과 관람객 사이에 어느 정도의 공간감이 필요할지 고민하며 연극 공연장을 공부했다고 해. 그 결과 어디에서도 불상의 표정이 보이도록 하면서 마치 관객이 연극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고 해.
건축이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30대 때, 하루에 18시간씩 일했어요. 내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판단이 안 됐습니다. 내 주관은 없고, 나라는 사람이 ‘정보’로만 구성된 것 같았죠. 2년을 쉬었습니다. 내가 건축을 정말 해도 되는지, 2년 동안 생각했습니다.
해결이 나지 않았어요. 2년을 쉬면 머릿속 안개가 걷힐 줄 알았는데, 그대로더라고요. 그래서 받아들였습니다. 해결을 못 하고 헤매는 게 나라는 걸요. 결국 다시 건축하고 있습니다.
– 롱블랙 노트 <최욱 : 사람은 죽어도 건축은 남는다, 시간을 기획하는 디자이너> 중에서
원오원아키텍스의 대표 최욱 건축가도 힘든 시절이 있었나 봐. 2년 동안 잠시 쉬면서 사유의 시간을 보낸 거지.
그렇다면 그의 결론은? 그래, 위에 쓰여 있듯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자신임을 받아들인 거야. 어쩌면 “사유”의 진짜 힘은 문제의 뾰족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볼 용기를 준다는 점 아닐까?
책 <되는 사람>에서 저자 도널드 밀러는 “의미란 행동할 때만 찾을 수 있다” 라고 말해. 늘 생각은 많고 행동은 주저했던 나의 폐부를 찌르는 말이었지. 항상 나는 사유 단계에서 주저주저하다 끝나버린 적이 참 많았거든.
2024년은 우리 모두 사유와 행동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의미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오늘의 편지를 마칠게.
조금 늦었지만 센티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