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격이 알고 싶다

향료 가격 탐구하기

그 가격이 알고 싶다 | 향료 가격 탐구하기

그 가격이 알고 싶다 dollars

2025년 첫해에는 향의 이야기보다는 경제나 상황에 따른 가격의 가변성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요즘 직수입이 되는 향수들을 보면 해가 지날수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도 구독자 여러분들은 피부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시장 경제 논리로 본다면 물건은 더 많이 사고 인기가 있는데, 왜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오늘은 그 현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말씀드리려고 해요.

향을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판매하기 전 향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야 하는데 그 향료 하나의 가격이 상승하여 제작 단가가 올라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초기에 향료 가격이 오르면 완제품인 향수 가격은 나비효과처럼 기하급수적으로 가격이 상승합니다. 완제품의 가격 상승원재료의 가격, 유통구조의 마진, 브랜드의 개런티료, 모델료 등등 재료의 구성 이외에도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

향료의 가격을 올리는 슬픈😭 원인이 뭔지 하나씩 찾아보기로 해요.

 

향료 가격의 변동성은 크게 자연적인 부분사회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자연적인 부분

 

green orange

전염병 및 병충해 (Disease)

 

식물에 있어서 가장 큰 타격이 되는 부분인데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향료로 사용되는 내추럴 원료는 모두 식물에서 유래된다고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자연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요, 그중의 하나가 에 관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모르겠지만 사실 5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시트러스 오일의 주원료인 브라질 오렌지 오일이 전염병에 물들기 시작했어요. 병명은 초록병(green disease)라고 하며, 잘 익은 노란색 오렌지가 아닌 라임 껍질처럼 초록색을 가지고 있어요.

색깔만 바뀐다고 무슨 호들갑이라 하실 수 있겠지만 이 병에 걸린 오렌지는 색깔뿐만 아니라 과실이 작아지는데요, 과실이 작아지면 그만큼 수확량이 적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완숙되어 기존의 함량을 유지해야 하는데 잘 익지가 않아 과즙감 보다는 약간 떫거나 그린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 오렌지가 가진 특유의 향취가 완성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또한 기존의 색깔도 달라져서 오렌지 컬러 감이 초록색으로 바뀌면 생산 규격에 대한 문제도 생길 수 있어서 상당히 골치가 아픕니다.

이런 전염병을 이겨낼 교배종 개발이나 약품을 사용해야 하지만 워낙 방대한 지역에 걸치는 작업이고 개발한들 다시 재배하여 수확하는 기간이 상당히 걸리기에 이도 저도 못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참고 : wikipedia

 

엘니뇨

엘니뇨 (El Nino)

 

최근 기상악화기후 영향으로 인해 가뭄 혹은 태풍, 허리케인이 발생으로 농작물에 영향을 줍니다.

최근에 문제가 된 것이 인도네시아의 패출리(patchouli) 오일인데요. 엘니뇨 현상으로 잦은 호우가 내려 햇빛을 받지 못하고 비를 계속 맞아 성장이 온전치 않았으며 일부 지역은 폭우에 농작지가 유실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온전한 패출리 잎들이 없어 올해 농작은 망했다고 봐야 하네요. 그래서 현재 가격이 약 2배 정도 인상이 되었으며 이것 또한 가격을 높게 부른 큰 손들이 먼저 가져가기 때문에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희귀한 원료가 되어 버렸습니다. 소문에는 인도네시아 농부들이 돈이 된다고 하여 올해 말에 엄청 씨앗을 뿌려 농작하고 있다는데 날씨의 영향만 없다면 내년에는 풍작을 기대해도 될 것 같네요.

올해 카다멈(cardamom)도 주산지인 인도와 과테말라에서는 흉년으로 인한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요. 이에 따라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발생하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볼 수 있어요. 앞서 알려드린 원료가 가격이 올라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니치퍼퓸에서 우디 노트에 많이 사용되는 패출리와 스파이시 노트를 만들어 주는 카다멈이 원료가 비싸지면, 역시나 완성된 향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또 최근에 접한 뉴스 중 하나인데요, 마다가스카르라는 온난 기후를 가진 섬이 있습니다. 그곳은 온대, 열대, 건조 기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자연 원료를 재배하기 좋은 땅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최고라 할 수 있는 버번 바닐라빈(bourbon vanilla bean)이 자라고 전 세계의 80% 공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잦은 사이클론(cyclone)의 영향으로 경작지가 파괴되고 물을 많이 먹은 바닐라 원두가 되어버려 좋은 향취를 많이 품어내질 못했어요. 올해는 온전한 바닐라빈의 생산량은 절반도 안 된다는 슬픈 소식이 들리더라고요. 바닐라빈은 향수에도 사용되지만, 먹는 음식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향수 이외 시럽 혹은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바닐라 파우더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가뭄

가뭄 (Drought)

 

가뭄농작물에 대한 영향이 있을 거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더 큰 영향이 있습니다.

화학공장에서는 보통 가열과 냉각이 필요한 공정들이 상당히 많아요. 에너지 관점에서 열을 회수하여 다시금 재사용을 하는 사이클을 거치게 되지만 효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열은 보일러를 가동하여 열을 만들고, 냉각은 강이나 바다에서 용수를 끌어 냉각을 하는데 가뭄으로 인해 강물이 줄어들면 냉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공정이 돌아가지 않는다고도 해요.

특히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가 많은 독일에서는 라인강 주변으로 구축이 되어있는데 재작년부터 라인강 수위가 낮아 냉각하지 못해 꽤 오랫동안 공정이 셧다운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지진

지진 (Earthquake)

 

지진은 흔하지 않은 재난인데, 예전에 아이티(Haiti)라는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국가적 위기가 생긴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티가 주산지인 베티버(vetiver)아미리스(amyris) 오일이 한동안 생산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먼저 나라 복구에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식물 수확은 다음이라 공급이 전혀 안 되었던 적이 있었네요. 이것 또한 수요량에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여 가격이 많이 상승했던 오일 중 하나였습니다.

 


2. 사회적인 부분

 

화재 사고

화재 사고 (Fire accident)

 

원료를 만드는 화학공장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 하나가 화재입니다.

물질을 얻기 위해 공정을 진행하게 되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하여 고온, 고압이 생길 수 있으며 이것이 폭발 혹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향료 물질들은 인화성이 물질들이 더러 있기에 화기에 매우 취약하기도 하고요.

작년 말 포스코 화재 사건처럼 공장에 화재 사건이 발생하면 원인 조사, 수리 및 재가동에 필요한 시운전 등 다시금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란 시간이 소요됩니다. 불이 나서 끄고 바로 고치고 쓰면 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아는 공장의 규모나 작업 환경은 상상 이상이라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참고 : dw.com

 

전쟁

전쟁 (War)

 

최근 들어 예측하지 못한 요소 중 하나가 전쟁입니다. 전쟁이 향료와 뭔 상관이야 하실 수 있지만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쟁하면 떠오르는 것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혹은 후티 반군,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격이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원료는 소나무(pine) 오일입니다. 소나무 오일은 보통 러시아의 시베리아나 극동지역에서 재배하고 벌목하는데 건장한 남성들이 전쟁에 참여하여 나무는 자라는데 일을 할 인원이 적어지고 있어 공급량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의 밸브를 잠가버려 독일의 화학공장을 돌릴 가스가 없어 일시적으로 생산을 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경우는 아로마케미컬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지가 이스라엘 내 가자지구 접경지역에 있어서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인해 한동안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었고요, 후티 반군은 수에즈 운하의 통행을 방해하여 유럽에서 생산된 향 원료가 아시아 지역으로 운송될 때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거쳐 돌아오는 비효율적인 루트가 생성되기도 했습니다. 후티 반군 때문에 지금도 유럽에서 수입되는 원료는 운송 기간도 길어지고, 운송료도 기존보다 30% 이상 더 늘어나기 때문에 향료에 대한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파업

파업 (Strike)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공장 가동 인력의 파업으로 인하여 공장이 중지된다면 그사이 수요에 따라 인상되는 가격변동이 있었으며, 국내의 경우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원료들이 항만 선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일전에, 항에서 향료회사로 입고시키는 출고 배송 인력이 파업해서 향료회사는 생산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다시금 비싼 항공 수입 택배로 진행하고, 또 운송 가격이 높아져 일시금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효율성

효율성에 의한 초기 물질 생산 중단 (Efficiency)

 

화학산업은 대량으로 만들어 이윤을 내는 구조이기에 손해를 보고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가격을 유지하면서 효율성을 높여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사업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생산성 대비 가격 구조가 좋지 않으면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그 물질을 만들지 않고 다른 물질을 만드는 공정으로 바꿔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머스크 계열 초기 물질 생산 중단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모르셨겠지만, 향료 계에서 몇 년 전 다환족 고리화합물(MacroCyclic Musk)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위기였던 적이 있었으며 그린 계열의 대표적인 원료인 시스-3-헥세놀(cis-3-Hexenol)도 생산이 안 된 적도 있었습니다. 향료에서는 꼭 필요한 원료들이지만, 화학물질을 만드는 회사들은 향료에 사용되는 물질보다는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첨가제 혹은 가소제, 촉매제, 비타민으로 사용되는 물질이 훨씬 더 이득이기에 잘 생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윗부분에 사용되는 물질이 향료에 사용되는 물질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죠.

 

재활용

재활용 (Recycle)

 

아로마케미컬이 화학물질이다 보니, 석유에서 공급될 거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겠지만 실제로는 펄프에서 취득하는 원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펄프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생산을 하지만 남는 펄프 부분은 아로마케미컬을 만드는 초기 물질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펄프를 얻고자 많은 나무를 채취하는데, 지구에 많은 나무를 베어버리면 그만큼 환경에 대해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재활용 운동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향료 입장에서는 재활용할수록 생산되는 펄프가 적어지기 때문에 아로마케미컬도 덩달아 생산이 줄어드는 부분이 생기기도 합니다. 생산이 줄어든다면 수요에 맞춰 가격이 또 인상되겠죠? 지구를 위해서 하는 운동이 향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모니터링

시장 조절 (Market Controls)

 

이것은 장사꾼들이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에요. 천연물은 보관 문제와 사용기한이 짧지만, 천연물에서 얻은 화학물질이나 합성 물질은 보관과 사용기한이 좀 더 유연한 편입니다. 그래서 천연재료 값이 저렴할 때 많은 물질을 생산해 두었다가 작황이 좋지 않을 때나 생산량이 적을 때 조금씩 시장에 내놓아 비싼 값에 파는 경우입니다. 서로 힘들 때 돕고 살면 좋겠지만 장사 앞에서는 예외 없는 비지니스입니다. 완제품 업체는 그래도 원료를 구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비싼 가격이라도 매수하여 눈물 머금고 제품을 생산합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에요ㅠㅠ

 


 

이번에는 향기 제품값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이 글을 쓴 내용이 일부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어딘가에서 나비효과같이 작은 문제로 원료비가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이렇게 많은 재난과 문제가 제품 가격을 올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듯한데요. 그저 왜 비싸지지? 라는 것보다는 그래도 소비자로서 알고라도 있어야지 기분이 덜 상할 듯합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을 슬프게 하는 일들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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