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오전에는 쌀쌀하고 오후에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기온의 기복이 심한 계절에도 우리들의 코는 잘 살아 있으니 오늘 하루도 향기 스펙트럼을 확장해 보기로 해요~
이번에는 그린(green) 노트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그린 노트는 무엇이 있나요?
맞아요. 즉흥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초록 들판의 풀잎이나 그린티를 쉽게 연상할 수 있어요.
사실 그린은 명확하게 드러내 사용하는 노트가 아니에요. 그 이유는 톡 쏘는(piquant or pungent) 듯한 느낌과 날카롭고 쓴 냄새를 가지고 있는 향취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로 메인 노트에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다른 노트를 상쾌하게 도와주는 역할로 작용하게 됩니다. 일부분 그린 노트를 정확하게 표현할 때도 있지만, 드러내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풍기는 모습이 여러분들에게 좋은 모습일 듯 합니다.
그린 노트는 주로 어떤 형식으로 사용되어 질까요?
그린노트의 발향 위치는 탑노트에서부터 미들노트까지 꽤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어요.
탑노트에서는 시트러스 혹은 프루티와 사용하여 조금 더 신선한 느낌을 가미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보통 풀이나 잎에서 느껴지는 그린 노트를 첨가하게 되는데요, 잘 활용하게 된다면 프레시하면서 상큼한 느낌을 더 배가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탑노트와 미들노트 사이에 있는 허브에서 그린 노트를 사용하면 자연 친화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예를 들면, 로즈마리(Rosemary)나 유칼립투스(Eucalyptus), 민트(Mint)와 같이 사용하여 자연에서 자라나는 허브의 느낌을 구현할 수 있구요, 라벤더 같은 경우는 실제로 초록 잎(leafy)같은 향취가 있지만 조금 더 가벼운 향취를 만들어주거나 바람에 날리는 풀잎(grassly)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과일에서는 포도(Grape)의 향취에 풀잎의 노트를 같이 사용하게 된다면 프레시하게 올라와 발향이 잘되는 청포도(Muscat)의 노트로 바꿀 수도 있어요. 또 우디 노트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아로마틱한 허브노트와 그린 노트를 첨가하게 된다면 울창하고 자연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숲의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린 노트는 보조적으로 잘 사용한다면 기존 노트를 좀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 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린 노트는 사실 분위기로 봤을 때는 “초록이나 풀 느낌 아니야” 라고 말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그린 노트를 구성하는 세부 노트들이 있다는 것을 구독자분들은 잘 알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이제 디테일 하게 알아보면서 이런 느낌이 있었구나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1. 리피 그린(Leafy green)
리피그린은 그린 노트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세부 노트 입니다. 구독자분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향수 등 다양하게 사용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린이 도드라지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은 감지하지 않을 정도로만 사용하여 향취를 잘 발산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로 쓰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거예요. 필요에 따라 배율 조정을 통해 드러나게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린티노트 입니다. 주로 시트러스와 같이 사용하며 많은 양의 리피그린 원료를 투입하게 됩니다. 그린티를 맡아보면 정확하게 잎사귀의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날카롭지만, 향기의 탑노트를 상쾌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단점으로는 시간이 지난 후 향취를 맡아 보면 풀 비린내(fishy)의 느낌이 있어서 세심한 배합비 조절이 필요합니다.
엘리자베스 아덴의 그린티
는 프레시한 녹차의 느낌을 정의한 대명사 같은 향수입니다. 실제 마시는 녹차의 향취가 아니지만, 초록 느낌의 이미지를 잘 구현하였고, 가볍고 역동적인 그린의 느낌은 향수를 분사할 때마다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봄이나 여름에 사용하기 좋으며 기분 전환 용도로 데일리하게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샤워하고 난 뒤에 샤워코롱처럼 사용한다면 상쾌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카시스 그린(Cassis green)
카시스 그린은 다른 말로 블랙커런트 (Blackcurrant) 그린 이라 합니다.
리피그린 보다는 조금 더 톡 쏘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그린이라는 임팩트를 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노트입니다. 블랙커런트 같은 경우는 특히 향수에서도 많이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탑노트의 강도 보강용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프루티노트와 잘 사용한다면 와인처럼 잘 숙성된 과일의 느낌 을 줄 수 있기도 해요.
딥티크의 롬브르단로
는 카시스 그린을 대표적으로 잘 표현했어요. 블랙커런트의 열매와 잎의 느낌을 동시에 주고 있으며 로즈와 구아이악우드의 깊은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향입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와인의 느낌처럼 혹은 톡 쏘는 듯한 꽃의 느낌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3. 바이올렛 그린(Violet green)
바이올렛 그린 노트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모든 플로럴 노트에 함유된 흔한 노트입니다.
단지 바이올렛이라는 실제 내추럴 원료를 사용하기보다는 케미컬 원료를 사용하여 느낌을 표현 합니다. 바이올렛 계열 원료의 느낌은 그린 향취가 나기도 하지만 파우더리한 느낌도 가지고 있어서 포근한 향취를 가진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다른 그린 노트 보다는 덜 날카롭고 부드럽다는 것이죠.
바이올렛 이외에도 카네이션, 아이리스 노트를 구성할 때 같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바이올렛 그린은 다른 플로럴 노트와 사용하면 볼륨감을 좋게 만들며 탄탄한 미들 노트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단점은 많은 양을 사용할 시에는 향취가 다소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톰포드의 옴브레 레더16
은 메인 캐릭터는 레더의 느낌이 강하지만, 플로럴의 부분은 바이올렛 리프의 느낌이 많아요. 아이리스 앱솔루트를 사용하여 보다 더 볼륨 있는 플로럴을 만들어주고 레더와 우디노트의 결합으로 더 깊고 진한 느낌의 향취로 완성했어요. 로즈나 튜베로즈만 매혹적인 향취를 만드는 게 아니라 바이올렛, 아이리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향수이기도 합니다.
4. 갈바넘 그린(Galbanum green)
갈바넘 그린도 역시 생소할 거예요. 갈바넘 향취는 쉽게 적응할 수 없거든요.
실제 갈바넘의 향취는 마치 풀을 베고 난 뒤 풍기는 풀 비린내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런 향취를 어디에 쓰는지 아주 궁금하실거예요.
갈바넘 그린은 그린계열 중 가장 강도가 좋아서 조금만 사용해도 효과가 확실하답니다. 그래서 보통 샴푸 향에 사용되는 그린은 갈바넘 그린을 주로 사용하고 향수에서는 이것을 잘 사용한다면 자연의 냄새를 구현하기 좋으며 허브 노트의 잔향 감을 조금 더 연장해 주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솝의 에레미아
는 자연의 그린 향취를 구현했어요. 다소 거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가공하지 않은 천연의 느낌이 바로 이솝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베르가못과 유자의 신선한 시트러스로 시작하고 아이리스와 갈바넘이 프레시하고 깔끔한 향취로 이어지게 합니다. 구아이악 우드와 패출리는 그린 노트와 만나서 그윽한 숲의 향기로 마무리 짓게 만듭니다. 인위적인 향기를 배제한 자연 친화적인 향취를 경험하고 싶다면 에레미아를 추천합니다.
5. 아이비 그린(Ivy green)
아이비 그린은 흔하게 사용하는 노트는 아닙니다. 담쟁이덩굴같이 초록 잎의 냄새가 느껴지지만 매우 신선하고 시원한 향취 를 가진 것이 특징이고 일부분 스파이시한 느낌 이 있기도 해요. 실제 아이비의 천연원료는 존재하지 않고 전부 케미컬 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 노트는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되면 날카롭고 매운 향취가 도드라지지만, 아이비 그린을 사용하게 되면 밀키(milky)하고 부드러운(soft) 향취를 가지게 됩니다. 역시나 많은 양이라면 향취가 무거워지고 약간은 비릿한 향취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단점입니다.
딥티크의 오드리에
는 아이비가 가지는 향기를 충분하게 표현했어요. 과하지 않은 그린의 향취가 매력적이며 비에 젖은 듯한 제라늄과 시클라멘이 청량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빗물이 흘러 땅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앰버와 우디로 빗대어 연출했어요. 비내리는 날 담쟁이덩굴이 걸쳐진 벽과 흙의 느낌을 동시에 만족해주는 향수입니다.
6. 피그 그린(Fig green)
피그 그린은 최근 니치퍼퓸에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노트입니다. 달콤한 무화과 잎 처럼 느껴지며 톡 쏘는 듯한 것이 매력 포인트 라 할 수 있어요.
보통 프루티 노트와 결합되어 사용되며 스파이시한 향취도 가지고 있어서 헤비플로럴 이나 로즈노트에 주로 사용됩니다. 피그 그린은 프루티한 느낌이 있는데도 향취를 고급지게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이며 뿌리(Root)의 향취를 가진 노트인 얼시(earthy), 레더(Leather)와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딥티크의 필로시코스
는 이 자체가 무화과잎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첫 느낌은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그린의 향취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우면서 시원하게 남겨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화과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닌 싱그러우면서 모던한 느낌을 줍니다. 시더우드 노트와 같이 사용되어 고전적인 이미지와 마치 외국에서 달달한 무화과를 내 셔츠 포켓에 넣어 둔 듯한 영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에는 그린이라는 노트에 대하여 단순하면서 디테일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 코에서는 느낄 수 있는 풀냄새라 하지만 향료에서는 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실로 놀랍기만 한데요. 이렇게까지 표현해야지 반복적인 향취가 아닌 새로운 향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밑바탕 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린노트라는 것이 호불호 성이 강하지만 “다른 캐릭터를 좋은 모습으로 부각시키는 도움이 될 만한 요소“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구독자님들도 내 향수에 어떤 그린이 있는지 세심하게 맡아보고 찾아낸다면 매일 뿌리는 향수지만 좀 더 재미있고 기분에 따라 항상 다르게 느껴지는 향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