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들을 만나는 계절이 돌아왔네요. 봄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만드는 것 같네요. 추운 겨울이 지나면서 웅크렸던 몸을 기지개하듯 시작하는 계절이에요. 포근하고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에는 과연 어떤 느낌의 향을 사용할지 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이번에는 포근함과 따스함 을 가지고 있는 머스크(Musk)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머스크의 느낌은 무엇이 있을까요?
살냄새나 혹은 동물의 냄새,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 단어의 이름이나 대략적인 향의 느낌은 잘 알고 있을 테지만 능력을 잘 모르실 거예요. 이번에는 머스크 노트를 탐구하고 응용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동물성 향료에는 앰버(Amber, 용연향), 시벳(Civet, 영묘향), 카스토리움(Castoreum, 해리향) 등이 있습니다.
그중 머스크(Musk, 사향)는 사향노루의 사향낭에서 추출하여 얻을 수 있는 동물성 원료입니다.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향료 혹은 약으로 사용했습니다. 한의학의 생약 기준으로는 아직도 천연 사향을 사용하고 있지만 화장품 혹은 기타 향장품에서는 주로 합성된 원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향노루가 분포된 산지는 티베트, 몽골, 베트남 등이 있으며 그 중 베트남 통킹 지방의 머스크가 퀄리티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향료 사에서 만드는 합성 머스크 원료 중에서도 머스크 통킹 베이스가 존재하며 실제 머스크 향료를 잘 구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스콘 Muscone
머스크의 주성분은 무스콘(Muscone)이며, 다환고리 케톤족(Macrocylic Musk)이고 천연 사향 냄새의 주된 향취가 되는 성분 입니다.
실제 사향의 향취는 밋밋하거나 동물 냄새처럼 꼬릿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서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희석하고 맡아보면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되는데요. 아주 오래된 향기 제품에는 머스크를 사용하고자 사향낭에서 얻은 말린 분비물을 알코올에 담가 추출하는 팅쳐(tincture) 형태로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다량의 머스크를 얻기 위해서 많은 사향노루의 희생이 필요했으며, 그 수요에 미치지 못하자 무분별한 포획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남아있는 사향노루들은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었으며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 거래에 의한 협약(워싱턴조약)에 따라 상업목적의 거래는 완전 금지가 되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향수나 화장품이 천연 머스크를 사용한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어요. 1950년대 이후 화학산업이 발전하고 천연 머스크를 합성하여 공급과 안정성이 뛰어난 많은 화학 원료가 발명되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천연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머스크는 향수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1. 볼륨감(Volume)
머스크는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무척 심심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보통 스위트(Sweet) 노트나 헤비 플로랄(Heavy floral) 노트와 같이 사용하면 포근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무게감이 있는 향취에 기타 향기가 더해지면 시너지효과를 나타내듯이, 더 좋은 모습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머스크는 베이스노트와 근접한 향기인 튜베로즈, 아이리스, 바닐라, 우디 노트 등과 같이 잘 사용됩니다. 실제로 조향사들이 향을 만들 때 볼륨감을 좋게 하려고 머스크 노트를 더 사용하기도 합니다.
프라다 인퓨전 드 아이리스(Prada – Infusion D’Iris)
는 머스크와 잘 어울리는 아이리스 노트를 사용한 향수입니다. 아이리스만의 깨끗하고 맑은 느낌의 잔향을 느낄 수 있으며 봄바람과 같이 기분 좋은 향취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근한 잔향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며 밝은 날에 사용하기 좋을 거예요.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머스크 느와 로즈 포 허(Narciso Rodriguez – Musc noir rose for her)
는 귀엽고 달콤한 느낌의 머스크를 잘 표현한 향수입니다. 탑노트의 플럼은 지루할 수 있는 머스크를 잠 깨워주며 조용하고 포근한 느낌의 튜베로즈, 달달한 꿈을 꾸게 만드는 바닐라는 머스크와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선사합니다. 어서 빨리 성인이 되고 싶은 소녀의 이미지와 풋사랑을 꿈꾸는 연인에게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2. 지속성(Tenacity)
머스크의 중요한 능력으로, 꽃향기나 나무향기를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들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머스크 같은 경우는 두드러진 향취를 가진 게 아니라서 다른 노트와 향취가 섞여도 크게 이질감은 없어요. 그래서 잔향감을 높이기 위해 다량 사용하는 때도 있지만, 적절한 배율로 사용합니다. 지속성을 높이고자 다량 사용하게 되면, 향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아 생동감이 떨어지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파우더리 노트 혹은 화이트플라워 계열의 향조와 같이 사용해 시너지를 냅니다.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Thebodyshop – White musk)
살냄새를 만든 장본인 입니다. 소프트하기만 한 머스크를 살결에 코 닿기 좋게 만든 파우더리 노트와 하얀 꽃내음인 릴리(Lily)가 변화를 주고 있어요. 화이트 머스크는 실제로도 머스크 노트 함량이 높아서 향취가 아주아주 오래가는 향수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살냄새를 보여주고 싶은 분이라면 꼭 추천해 드립니다.
딥티크의 플레르 드 뽀(Diptyque – Fleur de peau)
는 고요한 분위기의 호수 같은 향수입니다. 탑노트의 핑크 페퍼는 호숫가에 던지는 돌멩이 같지만 이내 곧 잔잔하게 받아들여지는 물결같이 일렁이는 듯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요. 화려함을 보여주고 싶은 모습 반대의 느낌이 있어요. 머스크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 지속성이 긴 향수이며 드러내지 않는 미(美)를 보여주려 한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3. 리니어(linear)
머스크는 베이스노트에 해당하는 원료라 금방 사라지지 않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탑노트의 시트러스 부분이라든지 미들노트의 프레시한 플로랄 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변화가 상당히 느껴지거든요. 임팩트 있는 원료들은 보통 쉽게 증발해 버리는데, 머스크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향 느낌으로 변화 없이 이끌어 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스킨케어 화장품 같은 경우, 마일드하게 향기 변화 없이 향을 만들 때 머스크를 다량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탑 혹은 미들노트의 비율을 줄여서 강한 인상 없이 부드러운 느낌으로 시작하고 머스크 파트를 늘려 본래 가지고 있는 향기를 끝까지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얼굴에 사용하는 스킨케어 화장품은 코와 거리가 가까우므로 향취가 강한 향을 사용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소프트하고 잔잔한 향기를 주로 이용합니다.
키엘의 오리지날 머스크(Kiehls – Original musk)
는 머스크 부분이 거의 다라고 할 수 있고 그만큼 파트를 차지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향취를 맡게 되면 이게 뭐지 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어요. 이 향수의 가장 큰 특징은 무거운 향기 속에서 존재하는 머스크 본질의 향기라는 것이죠. 머스크 노트는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향기이고요, 향기 변화 없이 잔향이 오래가는 향수 중 하나입니다. 부드럽고 잔잔한 살 내음을 내고 싶으신 분에 추천해 드립니다.
르 라보의 어나더13(Le labo – Another 13)
은 완전한 머스크는 아니에요. 머스크와 앰버가 반반 섞여 있는 향취이지만 앰버 또한 머스크와 같이 임팩트 있는 향기가 아니라서 은은하게 사용하기 좋은 노트임이 분명합니다. 머스크 자체는 무거운 향취이지만 앰버를 만나면 돌담 벽 위에서 손을 잡을 수 있게 내미는 친구와 같이 함께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머스크의 향기를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한껏 업 된 분위기를 만든 것이 이 향수의 큰 특징입니다.
이상 머스크(Musk) 노트의 특징 3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머스크는 베이스노트 부분에서 중요한 버팀목을 해주는 역할 과 향기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조율하는 파트 를 담당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로는 머스크 부분이야말로 향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이라 생각합니다. 향기의 지속 혹은 볼륨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될 부분이며, 다른 노트의 도움 없이는 꼼짝할 수도 없는 여린 존재이기도 해요. 특징 없는 향취 때문에 인기 없는 포지션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 화학 기술의 발달로 원료는 계속 진화하고 향취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지금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향수 피라미드에서는 머스크는 노트의 한 부분이겠지만 실제로 향수에 투입되는 원료들은 적게는 3개 이하에서, 많게는 7개 이상의 원료도 혼합이 됩니다. 이런 원료 혼합법으로 전체적인 향기의 높낮이 혹은 지속성을 더 향상하는 방법이 계속 연구 중이에요.
또한 머스크가 많은 향수는 잔향이 좋아서 꼭 한 가지 향수보다는 한 개 더 뿌려 레이어링 조합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머스크는 전체적으로 톤이 무거운 향이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아요. 아마도 더욱 갑갑해지는 향기 혹은 체취에 섞여 좋지 않은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향수의 향기에 특별함은 없어도 소중함을 남기는 역할 로 이해해 주시면 머스크 노트는 분명 만족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