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구독자 여러분들은 추석 잘 보내셨을까요? 추석 지나고 나니 제법 선선한 바람이 깃 도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만의 향기로 리프레시한 기분과 에너지를 발산하기 좋은 시기가 온 듯 해요.
봄과 가을이야 말고 향수를 사용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날씨에 어떤 향기를 입을까요? 분명 우리 센트진 구독자분들은 나이스한 선택을 할 거라 자부해요.😊
Muguet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플로랄 노트의 가장 막내인 뮤게(프랑스명:Muguet, 영어명:Lily of the valley)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플로랄 3대 노트 중 하나인 뮤게는 로즈나 자스민과 달리 임팩트가 강한 노트가 아니에요. 그래서 주로 나머지 두 노트를 받쳐주는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뮤게 노트야말로 정말로 중요한 플로랄 이라 생각해요. 지금 여러분들이 맡고 있는 향기에서는 로즈나 자스민 없이 만들 수 있지만, 뮤게 없이 플로랄 노트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필수적이며 다방면으로 사용하는 노트입니다.
사실 뮤게는 도드라지는 향취가 아닐 뿐이지 우리도 모르게 콧속으로 들어와 있어요. 플로랄 노트를 구성하는 아로마 케미컬 원료들이 많은데 그중 가짓수가 제일 많은 노트 원료가 뮤게일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뮤게는 사실 천연원료를 거의 판매하지 않아, 사용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천연원료를 만들기 위한 품종은 야생에서 자라나는 품종보다 향취가 덜 해요.
뮤게는 유럽의 모든 지역에서 자생하며 특히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자랍니다. 하지만 뮤게의 꽃은 너무나도 작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수작업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추출에 의한 수율이 현저히 낮고 추출한 뮤게의 향취는 독특하거나 자연적인 향취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천연원료보다는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합성 원료라든지 베이스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로즈나 자스민 같은 경우는 천연의 느낌으로 조향이 가능하지만, 뮤게는 천연원료를 사용하지 못하여 천연의 느낌으로 작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뮤게는 미들노트에 작용하는 부분이며,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보다는 다른 플로랄 노트 받쳐주는 베이스가 되거나 워터리 혹은 마린 노트와 함께 사용하여 모이스처(Moisture)한 느낌이 있는 화이트 플로랄 노트로 변조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플로랄 노트에서 주로 무게감을 주는 역할로 사용하는데요, 프레시한 플로랄 을 만들 때는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알콜류의 원료를 쓰고, 헤비한 플로랄 이나 화이트 부케한 스타일의 플로랄 을 만들 때는 알데하이드류의 원료를 보통 사용합니다.
사실 뮤게 원료에 대해서는 무거운 이야기가 있어요.
향의 플로랄 노트를 구성하며 미들 부분의 무게감 밸런스를 담당하지만, 알러지와 연관이 있습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러지 물질로 등재된 시트로넬올(Citronellol), 제라니올(Geraniol)이 대표적이지만 뮤게에 특징적으로 사용했던 리랄(Lyral, HICC)과 릴리알(Lilial, Lysmeral)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랄과 릴리알은 알러지 물질이지만 2020년부터 유럽에서는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에 포함하면 안 되는 물질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알러지 물질도 문제가 있지만 특히 뮤게를 나타내주는 위 두 가지 합성 물질 원료들은 알러지 유발을 더 일으키는 것 같아요.
아마 이 글을 보시고 깜짝 놀라는 구독자분들도 있으실 거 같은데요, 향료를 만들 때 알러지 물질에 대해서 안전성 데이터를 근간으로 함량 제한에 맞춰 안전하게 향료를 제조 하며 향을 이용한 제품에 대해서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이 의무 사항 이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뮤게 노트가 사용된 향수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볼까요?
Santa maria novella Muguetto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뮤게또는 뮤게가 가진 싱글 노트 느낌을 잘 구현한 향수입니다. 약간은 밋밋한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이슬에 젖은 포근한 화이트 플라워의 향취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해 드립니다.
향취의 특성상 시간의 지남에 따라 노트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고, 특히 비 오는 날 착장하게 된다면 뮤게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뒷부분에서 나는 약간의 꼬릿함은 자스민 노트가 가미되어 뮤게가 갖지 못한 볼륨감을 받쳐주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Byredo Inflorescence
바이레도의 인플로레센스는 화이트 플로랄 향수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수이며, 미들 노트의 뮤게와 베이스 노트의 자스민이 든든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임팩트 강한 성향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잔잔하면서 살 내음 같은 부드러운 향취가 아리따운 여성으로 변신시켜 줄 만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요.
인플로레센스는 피부에 사용해도 좋지만, 머리카락에 분사하여 헤어 에센스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향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한 향수입니다.
Gucci Tears from the Moon
구찌의 티얼스 프롬 더문은 첫 느낌은 피오니로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한 화이트 플로랄인 뮤게의 향취를 맡을 수 있어요. 근래에 니치 향수스러운 모습보다는 예전의 익숙한 기억인 컴플렉스한 향취가 낯설지 않아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마저 듭니다.
바디감이 단단하며 풍부한 플로랄 노트의 향기가 마치 꽃밭에서 있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주기까지 해요. 좋은 밸런스 구조로 돼 있어서 시간의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플로랄의 향취를 맡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지속력까지도 좋은 편이라 향기가 오래 남을 수 있어요.
Maison Francis Kurkdjian Aqua Universalis
메종프란시스 커정의 아쿠아 유니버셜은 플로랄의 느낌보다는 시트러스의 영역이 더 많아요.
강한 프레싱함을 받쳐주는 플로랄이 뮤게라는 것을 알고 계셨을까요?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 주기에 다른 부분은 힘을 빼는 모습이 뮤게의 역할입니다. 마치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명대사가 어울리는 향이죠.
상쾌한 첫 느낌에 잔잔하게 남는 플로랄과 머스크의 향취는 그냥 사라지기에 너무 아쉬운 향취입니다. 밝은 날 외출하기 너무 좋으며 비 오는 날에도 사용해도 어울릴 듯한 향취를 가지고 있습니다.
Maison Martin Margiela Lazy Sunday Morning
메종 마르지엘라의 레이지 선데이 모닝은 화이트를 위한 향수인 것 같아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머스키(Musky)함이 주도하지만, 포근하고 깨끗한 화이트 플로랄 느낌은 뮤게가 맡고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큰 변함없는 향취가 매력이지만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인 향수예요. 뮤게가 가진 순수한 이미지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향취로 되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런드리 퍼퓸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한 향기예요.
Loewe Aire Sutileza
로에베의 아이레 수틸레사는 상쾌한 시트러스와 달콤한 배의 느낌이 경쾌하면서 화려하게 시작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향수의 킥은 페어 노트 라 생각합니다. 배의 느낌은 달콤하지만, 과육의 느낌으로 수분감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들 노트의 뮤게와 만나면 물기가 묻어 있는 뮤게의 잎을 형상화할 수 있으며 매그놀리아 노트와 같이 사용되어 약간은 그린 하면서도 야생의 은방울꽃을 잘 표현한 향수라 생각합니다.
순수하고 청초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싶을 때 아이레 수틸레사를 추천합니다.
뮤게의 향기는 다시금 강조하지만 드러나지 않아요. 그저 뒤에서 묵묵히 다른 노트를 도와줄 뿐 자신을 표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뮤게가 있어서 다른 플로랄 노트가 빛을 발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불가결의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향조설명문을 보고 뮤게(Lily of the valley)가 있지만 이게 무슨 냄새야 할 수 있어요. 사실 냄새로 감지하기 어려워요. 싱글 노트로도 향을 풀기는 어렵지만 향수를 자세히 맡아보면 화이트한 플로랄이나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 플로랄이나 워터리한 꽃잎의 향조 등 이미 여러분들은 뮤게의 향취에 젖어 들고 있었어요.
구독자분들도 당장은 느끼시지 못하겠지만 한두 시간 지난 플로랄의 느낌에서 뮤게의 향취를 꼭 찾아보시기를 바라며, 앞으로 뮤게라는 향조가 남을 돕지 말고 언젠가는 홀로 밝게 빛날 수 있는 원료나 좋은 향수가 생겨나길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