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최근 푹푹 찌는 더위에 지쳐있었는데 몇 차례의 비바람에 조금은 덜 더운(?) 느낌이 듭니다. 마치 열탕에서 온탕으로 바뀐 듯해요^^; 물론 아직은 덥지만요.
우리 구독자님들은 휴가를 잘 다녀오고 재충전은 잘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처서가 지났으니 이제 곧 시원한 바람이 불 거고, 이제 맘껏 우리만의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내기로 해요~
이번 회에는 저번에 언급한 3가지 프루티(사과, 복숭아, 레드베리 ) 이외 익숙하지만, 향수에서는 이런 게 있었어? 하는 서브 프루티 노트를 공부해 보기로 해요.
프루티 노트 Fruity Note
프루티라는 향조는 도드라지게 사용하는 것보다는 두루뭉술하게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라 했는데, 이번에 소개할 프루티들은 워낙 향조가 독특하고 개성이 강해 소량만 사용해도 소비자들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보조적인 모습보다는 한 부분을 담당하여 사용하는 향조이기 때문에 드러내서 사용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마치 이 향수에 이 과일 넣었다~! 라고 말하듯이요.
그래서 개성이 강한 프루티는 사실 사용하기 어렵기도 하고 이것들과 잘 어울리게 플로랄 이라던지 머스크, 우디 등을 결합하기 꽤 어려워요. 그래서 보통은 드러내는 프루티 노트들은 아마도 향수 이름에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리기보다는 드러내어 부각한다는 목적이 있기에 향기 컨셉에 맞게 잘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그만큼 여러 군데 이용하기 힘든 노트이기도 해요.
자, 이제 하나씩 알아볼까요?
배 (Pear)
근래 니치퍼퓸에 너무나도 잘 사용되는 페어 노트입니다.
배는 시원한 과즙과 달콤한 풍미가 있는 향조인데요. 한국적인 배의 느낌은 달콤하지만, 서양배의 느낌은 덜 달고 시원하면서 워터리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보통 뮤게나 화이트플로럴의 이슬 같은 느낌을 쓸 때 사용하는데 달콤한 느낌이 조금 추가가 된다면 사용 연령층을 조금 더 젊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이라면 과하게 사용 시 후취가 텁텁해지거나 전체적인 향기 밸런스가 무거워 부스팅 하여 사용하기 힘든 것이 단점입니다. 그래서 보통 페어노트는 드러내어 사용하는 것보다는 악센트용으로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Nashi blossom by Jo malone
조 말론의 나시블로섬은 서양배를 잘 구현한 향수입니다.
다른 배의 느낌인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보다 덜 스윗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며, 시원한 배의 과육 부분을 마린(marine)노트와 앰버(amber)노트로 잘 표현했어요. 드라이 아웃된 향취도 리니어하게 잘 남는 향취라 더운 여름에 사용하기에 딱 좋은 듯하네요. 프루티의 느낌을 줄이고 플로랄과 머스크를 다량으로 사용하여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어 보다 사용 연령층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린 향수라 생각해요.
체리 (Cherry)
체리는 소량만 들어가도 눈치채기 쉬운 향조입니다. 그래서 보통 체리에 대한 컨셉이 주어졌을 때 사용합니다.
워낙 강력한 알데하이드류 원료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베이스의 취를 가려주는 마스킹 능력이 아주 좋으며 파워풀한 향취 때문에 향수에도 사용하지만, 방향제 혹은 바디워시류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또한 스위트너(sweetner)와 같이 쓰인다면 지속성을 늘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불안정한 원료 성분들이 많아 오랜 기간 사용하면 제품 자체의 변색이나 약간의 변취가 올 수 있어요. 그래서 온전한 체리의 향기를 느끼려면 되도록 빨리 사용하시는 편이 좋아요.
Electric cherry by Tom ford
톰 포드의 일렉트릭 체리는 날카로운 체리의 향취를 머스크 노트를 활용하여 더욱더 포근하고 부드럽게 만든 향수입니다. 물론 이거보다 유명한 로스트체리가 있지만 우디가 너무 가미된 것보다는 잔잔하게 남는 향취가 더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이 외에 부드러운 우디 노트인 샌달우드를 사용하여 드라이 아웃된 향취는 정말 따스하게 남겨줄 수 있어요. 또한 체리 이외 라즈베리와 복숭아를 사용하여 잘 익어 새콤하면서 달콤한 체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체리 노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일렉트릭 체리 이외 로스트체리, 체리스모크 도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멜론 (Melon)
멜론은 향수에서 쉽게 사용하는 노트는 아니에요. 달콤한 꿀 같은 과즙이 느껴지는데 향취를 무겁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향수에서는 온전한 멜론의 느낌보다는 멜론의 하얀 속살 부분 착안하여 달콤함을 없앤 멜론의 향취를 이용합니다.
멜론의 향취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이(cucumber)에서 시작해요. 오이+바나나+약간의 스위트를 합하면 멜론 향이 되구요, 멜론 향에 스위트를 더 첨가하고 소량의 그린 노트+산(acids)들을 사용하면 수박향(watermelon flavor)을 만들 수 있어요.
이처럼 향기는 조향사가 처음부터 조향을 해서 만들 수 있지만 시간이 없거나 느낌만 내려고 소량 터치하려면 이렇게 병합해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는 물론 후자로 사용해요.ㅎㅎ
멜론은 달콤한 과즙 감 때문에 주로 향수보다는 마스크팩이나 방향제, 혹은 특정 아이템(메로나+치약) 등에 사용됩니다.
Angeli di Firenze by Santa maria novella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엔젤 디 피렌체는 프루티가 메인인 향수는 아니지만 멜론의 시원하고 달큰한 과즙의 느낌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향수입니다.
깨끗한 물을 비유한 화이트플로랄에 아쿠아틱한 노트의 표현으로 멜론 노트를 사용했던 것 같네요. 포근한 비누의 향기에 스윗한 과일 향기의 한 스푼 얹어 좀 더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특징이며 멜론의 향기가 튀지 않고 천천히 사라져 온전하게 순수함만 남기는 잔잔한 향기로 바뀌는 모습이 인상적인 향수입니다. 워터리와 아쿠아틱 노트가 들어 있어 비 오는 날에 뿌려도 상당히 잘 어울릴 거로 생각해요.
파인애플 (Pineapple)
파인애플은 그린 프루티로 나누어지며, 그린애플 과 용호상박인 관계입니다. 노트의 비중은 그린애플 쪽이 가볍고 파인애플은 그보다 향취가 묵직합니다.
장점은 그린 노트의 강도를 부각시켜 줄 수 있을뿐더러 스위트너의 강약조절에 따라 프루티 노트의 느낌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파인애플 노트도 식감이 드는 편이 많기에 마스크팩 타입에 사용하지만 제일 많이 사용되는 화장품류는 샴푸 에 쓰여요. 저렴한 가격에 강도 좋고 잔향도 다른 그린 프루티들 보다 잘 남기 때문에 즐겨 사용하는 노트입니다. 또한 다른 프루티계열 원료들보다 디테일하게 종류도 많아서 사용하기 좋으므로 조향사들이 샴푸의 프레시한 느낌을 손볼 때 가장 먼저 터치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Aventus by Creed
크리드의 어벤투스는 사실 파인애플 노트가 잘 드러나지는 않았어요.
마초적인 남성의 이미지에 파인애플이 껴 있을 거로 생각하니 잘 매칭이 안 되지만 탑노트의 시트러스와 같이 그린한 프루티의 느낌이 이질적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스파이시의 거친 모습을 소량의 프루티들이 좀 더 온순하게 만들어줬다는 느낌일 거라 생각합니다.
워낙 개성 강한 향취이긴 하지만 블랙커런트, 사과, 파인애플들의 향취로 인하여 조금은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어요. 마치 마동석 씨가 귀여운 인상을 하고 있다 랄까요?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섭다고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본인이 외강내유 성격이라면 이 향기를 추천해 드려요.
무화과 (Fig)
무화과 노트는 사실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최근 니치향수들 덕에 빛을 보게 된 향조라고 할 수 있어요.
무화과 향취는 기본적으로 무겁거나 톡 쏘는 듯한 매캐한 향취들을 가진 원료들 이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자두(plum)나 복숭아(peach)를 같이 결합하여 달콤한 과실이 느껴지는 타입으로 만들거나 그린취를 강하게 만들어서 속에 붙은 꽃들 이미지처럼 까끌까끌하게 만드는 타입도 있습니다.
또한 무화과 노트는 우디 노트와 결합이 잘 되는 편 인데요. 그 이유는 무화과의 원료들이 디테일하게 말하면 미들 부분에서 후반 쪽에 위치하는 원료들이 많아서 베이스노트인 우디 들과 결합이 잘되며, 또한 그린한 향취가 자연적인 모습을 나타내며 우디의 무게감을 보다 더 진중하게 표현할 수 있고 상응되는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섞어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Fig tea by Nicolai
니콜라이의 휘그 티는 찐 무화과의 느낌을 잘 보여준 향수라 생각해요.
프루티인 무화과와 플로럴노트인 금목서(osmanthus)가 잘 어울려 달콤한 과일 향기도 나면서 꽃향기도 나는 멋진 향기로 완성되었습니다. 무화과의 빨간 속살을 베어 문 느낌이 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과일 보다는 고전적인 찻잎 같은 드라이한 향취로 변하는 것이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달달한 과일 향기를 좋아하는 20대 이상에게 추천해 드려요~
트로피칼후르츠 (Tropical fruits)
트로피칼후르츠는 보통 한 가지 과일보다는 열대과일의 믹스처 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망고, 구아바, 파파야 등 달콤한 과일들끼리 섞어 혼합된 느낌으로 사용하는 편이 대부분입니다.
트로피칼후르츠는 강력한 스윗함이 특징 이라, 잔향에 있어서 끝판왕이라 보면 될 것 같아요. 달콤함을 싫어하는 소비자라면 추천하지 않지만, 더운 여름에 활동적이나 정열적, 혹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향조입니다.
이 향조는 아무래도 계절 혹은 재배되는 지역의 특성을 가진 노트라 보통 열대지방의 국가 느낌 혹은 썸머 에디션 향수의 노트로 자주 이용되는 편입니다.
Rockin rio by Escada
에스까다의 락킨 리오는 정열적인 브라질을 형상화한 향수예요. 남미에서 느낄 수 있는 트로피칼의 이미지를 이 한 병에 넣어놨다고 해도 무방할 듯싶어요. 달콤한 느낌이 꽤 강한 편이지만 피나콜라다의 달콤 끈적한 느낌과 파파야의 상큼한 과일의 향기는 이국적인 느낌을 보여주기에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베이스에 머스크와 샌달우드 노트를 사용해서 아침부터 노을이 지는 정열의 하루를 느끼게 해주며 깊은 잔향이 특징입니다.
여름에 사용하기 좋은 향수지만 극강의 달콤함을 이겨내실 수 있는 분이라면 추천해 드립니다.
2회에 걸쳐 프루티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프루티라는 노트는 독특한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나 향의 전체적인 강도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노트 입니다. 다만, 스위트함이나 프루티 노트에 대한 호불호 성이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에는 사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잘 사용한다면 개성을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노트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과일향기가 들어간 향수는 상대적으로 나이대를 낮춰줄 수 있는 마법 같은 효과와 활동적인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구독자분들 프루티의 현명한 선택을 하여 더욱더 젊어지는 향기를 뿜어내시기를 바래봅니다. 아직도 알려주지 못한 프루티가 있지만 이제 그만 참아볼게요. 전 TMI를 아주 싫어하거든요.ㅎㅎ
그럼, 다음 편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