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났는지 날씨가 너무 따뜻해졌어요. 아침은 찬 바람이 불지만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네요. 이번에는 계절이나 분위기에 맞는 노트를 하나씩 알아보려고 합니다.
봄에는 무슨 향기가 어울릴까요? 따뜻해지는 날씨에 맞춰 화사하거나 싱그러운 향 혹은 부드럽고 달콤한 향 등 움츠렸던 코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가 온 듯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노트는 상큼하고 리프레시한 향을 만들어 주는 시트러스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시트러스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트러스(citrus)의 정의는 감귤류의 식물에서 얻어지는 정유라고 해요. 향료로써 사용하는 내추럴은 종류가 다양하며 향취들도 약간은 다릅니다. 시트러스류 오일의 화학적인 주성분은 리모넨(limonene)입니다.
리모넨은 대표적인 모노테르펜(monoterpene)계 로 무색 액체의 탄화수소 입니다. 감귤류 식물 열매에서는 리모넨이 검출되며 보통 70% 이상은 함유하고 있습니다. 리모넨의 어원은 이탈리아어인 리몬(limon)에서 기원하며 레몬이라는 뜻도 있다고 해요. 실제 리모넨의 향취는 달콤한 냄새가 없는 오렌지 향기가 나는데요. 특별한 용도가 아니라면 향장품 대부분은 시트러스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리모넨의 함량에 따라 시트러스를 묶어보겠습니다.
Sweet orange, Grapefruit, Blood orange, Bitter orange, Tangerine
다들 친숙하게 접해본 오렌지와 자몽은 리모넨 성분이 90% 정도 함유되어 있어요. 리모넨이라는 성분이 많을수록 리프레시한 느낌은 있으나 단점으로는 그만큼 지속력이 떨어집니다. 이건 자연의 이치라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외에 쓴 느낌의 비터오렌지, 탠저린 등이 있습니다. 리모넨 함량은 비슷하지만, 향취가 다른 것은 나머지 성분에 따라 향기가 판단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로 모든 프래그런스(fragrance)에 이용되며 향기의 발향성을 늘리거나 상쾌한 향취를 만들 때 사용됩니다. 특히 자몽은 캐릭터가 명확한 제품이거나 고가의 제품에 사용됩니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아란시아 디 카프리(Arancia di Capri)
언급한 시트러스의 믹스처인 향취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렌지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상쾌한 바닷바람과 같은 느낌을 주고 화창한 봄날에 뿌린다면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게 만드는 향수입니다.
프레쉬의 헤스페리데스 그레이프프룻(Hesperides grapefruit)
자몽 향수 중 너무나 유명한 헤스페리데스 그레이프프룻입니다. 천연 자몽의 향기를 잘 구현한 향수이며 약간은 떫은 듯한 자몽의 느낌은 샤워하고 난 뒤 사용한다면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일 듯합니다. 달콤한 시트러스를 지양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데일리처럼 가볍게 사용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아틀리에 코롱의 오랑주 상긴느(Orange sanguine)
오랑주 상긴느는 다른 말로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라고 하며 과육 부분이 검붉을 정도로 안토시안이라는 성분이 많습니다. 다른 오렌지보다는 약간 쓴 향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허브 계열이나 스파이시 계열과 잘 어울려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 좋아요. 한껏 꾸미고 나서 파티 같은 곳을 갈 때 뿌린다면 인싸가 될 수 있을 거예요.😉
Lemon, Mandarin
레몬과 만다린은 리모넨 성분이 60~80% 정도 함유되어 있어요. 오렌지와 자몽보다는 리모넨 함량이 적어 프레시한 느낌은 덜하지만, 레몬의 새콤한(sour) 향이나 만다린의 감귤 껍질(peel) 느낌의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모넨이 적어지면 다른 부분의 함량이 높아져 다른 캐릭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레몬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트러스이지만, 레몬이라는 캐릭터 부여 이외에 하이브리드 조합을 잘 사용해요. 예를 들면 레몬버베나, 레몬라벤더, 레몬라임 등이 있어요. 만다린의 향취는 약간 쌉싸름한 귤의 느낌입니다. 오렌지의 향보다는 스위트함은 약간 떨어질 수 있으나 깔끔한 감귤류의 향취를 만들거나 리프레싱, 탑 노트를 보다 더 샤프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바이레도의 선데이즈(Sundazed)
바이레도의 선데이즈는 캘리포니아 레몬의 정열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어요. 달콤하면서 감각적인 시트러스의 향취는 저물어 가는 붉은 태양처럼 만듭니다. 태양이 지고 난 뒤 어둡지만 고요한 느낌의 향은 하루를 마치며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은 분위기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톰 포드의 만다리노 디 아말피(Mandarino di amalfi)
만다리노 디 아말피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을 머금은 만다린을 사용했어요. 정열적인 태양 아래에 있는 해변을 상상하게 만들거나 드넓고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만다린과 네롤리의 조합은 리프레시하면서 기분 좋은 향기로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줍니다.
Bergamot, Lime
베르가못과 라임은 리모넨 성분이 40~50% 정도 함유되어 있어요. 다른 시트러스류 보다는 리모넨 함량이 적어서 감귤류의 느낌 보다는 다른 캐릭터가 도드라지기 시작해요.
베르가못 같은 경우는 주성분이 리모넨이지만 그 외 리나룰(linalool)과 리나릴아세테이트(linalyl acetate) 라는 성분 함량이 비슷하게 함유되어 있어요. 이 두 가지 성분은 프레시 플로랄 계열로 가볍고 밝은 꽃향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데요. 베르가못은 실제 향을 맡으면 시트러스 같기도 하고 플로랄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게 장점이라 특징적인 캐릭터보다는 시트러스와 플로랄을 연결할 때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내추럴 원료입니다.
라임은 탑노트의 발향성이 매우 강한 시트러스류인데요, 리모넨 이외 기타 테르펜계 성분들이 많아 독특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서 소량만 사용해도 쉽게 감지할 수 있어요. 라임의 특징은 탑노트를 스파클링 혹은 청량감 있게 만들 수 있는데요. 그래서 워터리 플로랄(watery floral)노트와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향취이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사이다 향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르 라보의 베르가못 22(bergamote 22)
베르가못 22는 상쾌하면서 프레시 플로랄한 이미지를 가져다줍니다. 완벽한 봄날과 어울리는 이 향기는 사계절 내내 사용해도 기분이 항상 좋아질 것 같아요. 달콤하지 않은 베르가못의 향기는 젠더리스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시트러스의 마무리를 깨끗하게 앰버가 책임지고 있어요.
조말론의 라임 바질 앤 만다린(Lime basil & mandarin)
밝고 상큼한 라임 향과 아로마틱한 허브인 바질이 만나 향취가 오묘하지만, 매료될 수밖에 없어요. 데일리처럼 가볍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며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에너자이징 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상 시트러스 노트를 크게 3 분류로 나누어 보았네요.
시트러스는 향수에 있어서 탑노트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노트 중 하나입니다. 마치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의 악장을 떠올리기도 하는데요. 밝고 경쾌한 선율로 시작하는 듯한 분위기는 향과 음악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시작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을 만들 때 그만큼 재료의 선정이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화려한 퍼포먼스 이면에 그렇지 못한 지속성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미들 혹은 기타 베이스노트들이 있으니 크게 낙심하지 않아도 돼요!
시트러스나 혹은 탑노트가 많이 함유된 향수들은 보통 봄, 여름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그 이유는 날씨가 더워지면 체취와 향수의 향취가 서로 섞여 좋지 않은 냄새를 만들 수 있어서, 가급적 지속성이 오래가는 향수를 뿌리는 것 보다 시트러스가 많이 함유된 향수를 사용하여 잔향을 되도록 적게 줄이는 편이 좋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피셜이니 참고만 해주시기를 바래요^^;)
이제 곧 봄이 다가오네요. 아마도 지금 구독자분들의 화장대 위에 서로 뿌려달라고 하는 향수들이 많을 거예요. 나이스한 선택으로 따스한 봄날 꼭 자기만의 매력을 어필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