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백 가지 이상의 향기가 존재한다.
그 향기들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느끼는 것일까?
피어난 꽃에 퍼져있는 향기 성분들인 분자들은 공기 중에 흩어져 우리들의 코에 들어온다. 후각의 점막에서 향기를 감지하고 신경세포를 거쳐 뇌에 도달하여 향기에 대한 느낌을 인지하게 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1초 이내 남짓 실행이 된다. 향기 분자들은 작은 분자량을 가진 휘발성 유기 화합 물질이 대부분이다. 인간의 인체구조는 매우 아름다운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러한 분자들을 충분히 감지하게 되어있다.
익숙하게 들어본 조향사들은 과연 후각이 더 발달하여 향을 잘 만들 수 있는 것인가?
타고난 재능이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혹독한 훈련으로 만들어진 예술의 장인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포도의 향기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지만 품종에 따라 향기가 다르다. 고유의 향기를 분자 단위로 나타낸다면 품종마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조향사는 합쳐진 분자의 집단인 향기를 미세하게 가려서 맡거나 이 안에 자리 잡은 향기 분자 하나하나를 캐칭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재능이 있어서보다는 각 분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내추럴 원료나 아로마 케미컬 원료를 이해하고 인지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구성
향기를 이루는 구성은 심플하면서도 컴플렉스한 면이 있다.
상큼한 감귤류의 향기, 푸른 초록이 감도는 풀 내음의 향기는 분자량이 매우 작은 가벼운 향취다. 이것을 탑노트라 표현하고 코에서 감지하고 향취가 1시간 이내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익숙한 꽃향기들은 탑노트의 성분보다는 좀 더 무거운 향취며 미들노트라 표현하고 향취가 3~4시간 정도 견디는 원료이다.
아기 피부에서 느낄 법한 부드러운 머스크, 숲속에서 고독하게 자리 잡은 나무의 향취, 달콤한 파우더의 향기는 분자량이 가장 무거운 향취며 이를 베이스노트라 표현한다. 주로 6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원료들이 많다.
그래서 새콤하거나 풀냄새가 많은 향수를 뿌렸을 때 강한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속시간이 짧고, 반면에 향취가 강하게 다가오지 않고 향취가 무거운 꽃향기, 달콤하거나 묵직한 나무 냄새는 상대적으로 지속시간이 길다.
발향성과 지속성의 관계는 반비례적이다. 발향이 좋을수록 지속성이 짧으며 발향이 좋지 않지만, 지속성이 길다. 향수 리뷰 사이트의 후기를 보면 “향은 상쾌하고 발향이 좋은데 후취가 너무 빨리 사라져요”라는 글을 보게 된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지만 극단적인 성격을 가진 원료들을 잘 배합하여 밸런스 조절을 하는 부분이 조향사가 가진 능력이다.
예를 들면 상큼한 시트러스가 가득한 향취에 지속성을 늘리기 위해 앰버 노트를 첨가하거나, 어둡고 거친 우디 향취를 발향이 잘 되고자 파인 노트와 같이 사용하는 이런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조향사의 역할
조향사는 각기 성격이 다른 친구들을 한데 조화롭게 만들어 주는 선생님 같은 역할이다. 분명히 이 중에 문제가 있거나 튀는 녀석들이 있겠지만, 잘 어울릴 수 있는 친구를 옆에 짝꿍으로 놓는다든지 까불지 못하게 맨 앞줄에 놓는 행위를 하게 할 것이다. 최상의 학급을 만들기 위해 밸런스 조절을 하는 것은 학생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노력이야말로 최소한의 재능 혹은 최대의 강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조향사도 마찬가지로 좋은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 각 원료를 이해하며 수많은 조합 실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되는 향기는 소비자들에게 보이게 되고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향기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느끼는 것이라 오로지 감각기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맞다는 표현을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호불호라는 성격이 짙은 부분이다. 누구는 부드럽고 포근한 살결의 냄새인 머스크가 좋다는 반면에 느끼하고 밋밋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어떠한 향기를 다 좋아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밸런스적으로 맞추어서 누구나 쉽게 인지하고 각인할 수 있는 향기를 만드는 것이 조향사에게 있어서 최고의 성공이라 칭한다. 바람에 날리는 향수 냄새를 맡고 이건 무슨 브랜드이고 좋은 느낌을 받았더라면 이미 완벽하게 만든 향이라 할 수 있겠다.
향기 선택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고르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가장 클 것이지만 좋은 냄새는 분명 어떠한 점에서 포인트가 작용했을 것이다. 내가 고른 좋은 향기들을 묶다 보면 공통으로 겹치는 향조가 있을 것이다. 그 향조를 찾아내어 다음 향수를 사게 된다면 구매 선택지에 쉽게 넣을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향기의 스펙트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찾아내는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향기는 그저 쉽게 맡아볼 수는 있지만, 탐구하고 숨겨진 부분을 찾아낸다면 이만큼 재미있는 코스메틱 영역이 없을 것 같다. 나는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맡아 향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른 후취를 느끼고 광고 포스터 혹은 내용에 적힌 향조글을 찾아보라고 한다. 향수라는 것은 좋은 향기를 품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 이외 냄새를 예쁘게 담아줄 수 있는 병과 전체적으로 완성된 제품을 홍보해 주는 모델이나 광고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향수라는 것은 향기만 가진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걸친 하나의 예술품이라 생각한다.
예술품을 이해해 주고 다음의 작품을 기다려 주는 소비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분명 그 조향사는 행복할 것이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