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향이 알고 싶다 | 우디 탐구하기 2
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려는지 약간 쌀쌀해졌어요. 구독자 여러분들 건강 조심하시고, 특히 감기에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추운 날에 코감기라도 걸려버리면 사랑스러운 향기를 못 맡는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오늘은 저번 시간에 다뤄 본 우디 노트 이외 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해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우디 노트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우디 노트의 원료들은 약간은 생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 잘 다루지 않은 원료들이 최근 니치퍼퓸의 영향으로 인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사실, 우디 노트는 화려하거나 뚜렷하게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근래의 니치퍼퓸들은 캐릭터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정확한 우디 노트의 표현이 많이 진 듯싶네요.
자, 그럼 이제 하나씩 알아보기로 해요.
샌달우드 (Sandalwood)
우디 노트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샌달우드는 백단향이라고도 해요.
왕이라 칭한다는 것은 가격이 비싸다는 거겠죠?^^; 샌달우드는 재배 지역에 따라 향취가 약간 다른 것이 있지만, 사실 가격을 결정짓는 것은 재배 및 수확량 조절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식물들은 1년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지만 샌달우드는 나무이기 때문에 길게는 10년 이상 재배기간이 필요하며, 그중에 병충해 혹은 자연재해에 대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요. 또한 샌달우드는 재배 지역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정적인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귀한 재료며 인도 혹은 호주에서 재배가 됩니다.
샌달우드의 향취는 다른 우디 노트의 원료보다 마일드하고 무게감이 꽤 있으며 따스한 느낌이 있어요. 거칠고 차가운 분위기는 시더우드가 표현한다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분위기는 샌달우드가 담당하고 있어요.
샌달우드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천연재료는 보통 향수에 사용되며, 그 이외에는 샌달우드를 표현한 아로마 케미컬들을 사용합니다. 샌달우드 아로마 케미컬은 종류가 매우 많으며, 비싼 오일이 모든 제품군에 부향이 잘 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가성비 혹은 마스킹의 목적에 따라 사용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샌달우드에 대해 작성해 보겠습니다.
Eremia by Aesop
이솝의 에레미아는 기존의 이솝 브랜드의 휠과 테싯과는 다른 우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차가운 느낌이 아닌 따스한 나무의 숨결로 만들어진 향수라고 할까요? 마치 잘 다듬은 목재의 표면을 코로 느끼는 듯한 향수일 듯싶습니다. 비록 메인 우디 노트는 시더우드지만, 샌달우드와 허브, 머스크의 조합으로 그윽한 우디의 향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솝의 향수들 특징이 절간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향수라면, 이솝의 에레미아 같은 경우는 오래된 앤티크한 가구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샌달우드의 함유로 인해 부드러운 느낌은 어찌할 수 없는 건가 봐요. 기존의 무겁고 다크한 느낌의 우디를 사용하셨더라면 이번에는 가볍고 따스한 느낌의 우디인 에레미아를 추천해 봅니다.
Santal 33 by Le Labo
역시나 샌달우드하면 딱 떠오르는 향수인 르 라보의 상탈33입니다. 뒷 숫자 표기는 33가지 원료를 혼합하여 향수를 만들었다고 하죠?
상탈33은 정확한 샌달우드의 향취는 아니지만 캐릭터를 잘 끄집어내어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향기로 만들었습니다. 스파이시한 머스크를 같이 사용함으로써 마일드한 우디 노트의 느낌을 꽤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우디 노트와 어울리는 플로랄 노트인 아이리스와 바이올렛을 사용하여 좀 더 여성스러운 향기를 보기도 합니다. 우디는 남성 캐릭터에 주로 사용되지만 젠더리스 하거나 여성도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시작점이 상탈33이 아닐까 합니다.
아미리스 (Amyris)
아미리스는 West indian sandalwood 혹은 Indies sandalwood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재배 지역은 서인도 혹은 중남미의 아이티가 주산지입니다.
아미리스의 향취는 샌달우드처럼 부드러우면서 리치(rich), 발사믹(balsamic)하며, 탑 부분에서는 페퍼리(peppery)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요. 무게감이 있는 원료라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되면 고목의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향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운시키며, 코끝이 살짝 매콤한 향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헤비한 플로랄이나 모시(mossy)타입, 허브류인 라벤더나 로즈마리 등을 결합해 사용하는 편 입니다.
아미리스가 들어간 향은 잔향을 풍부하게 남겨주어 볼륨감이 좋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워터리나 마린 계열의 아쿠아 타입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단점입니다.
Marrakech intense by Aesop
이솝의 마라케시 인텐스는 아미리스의 향취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향수입니다.
실제로 마라케시는 모로코에 있는 중부 도시이며, 향취를 맡게 되면 모스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듯 해요.
물론 이전 버전인 마라케시도 아미리스를 품고 있어요. 10년이 지난 업그레이드 버전인 마라케시 인텐스는 기존보다 더 오리엔탈(oriental)적인 향취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탑 노트에 카다멈을 사용하여 이국적인 동양적 느낌과 아로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아미리스의 풍부하고 진한 나무 향기를 잘 표현했으며. 샌달우드 노트도 같이 사용해서 부드러운 잔향을 남겨주게 됩니다.
스파이시한 아로마틱 노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본래의 마라케시를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텐스가 더 좋은 듯하네요.
Un Musc by Obvious
어비어스의 뮈스끄는 사실 우디가 메인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 향수를 이야기한 목적은 아미리스라는 우디 노트가 다른 노트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소개하고 싶었어요.
본래 아미리스의 향취는 무덤덤한 고목의 향취라 단독적인 캐릭터를 표현하기는 어렵거든요. 볼륨감과 리치한 아미리스의 장점을 머스크 노트와 잘 결합하여 포근하면서 무게감이 있는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뮈스끄는 처음과 끝이 큰 변화 없이 일정하게 이끌어 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베이스 노트 부분이 상당히 많은 향이라 묵직합니다. 하지만 무겁지 않게 하려고 가벼운 머스크, 앰버 원료를 사용했으며 탑 노트에는 네롤리 노트도 들어있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한 느낌의 향기를 찾으신다면 이 향수를 추천해 드립니다.
구아이악 우드(Guaiacwood)
구아이악 우드는 팔로산토라고도 알려진 노트입니다.
팔로산토는 목재에 불을 붙여 태운 뒤 나오는 훈연 증기를 디퓨징 방식인 스머지 스틱에 활용됩니다. 중남미의 파라과이 혹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에서 재배되며 나무의 특성상 재배기간이 긴 내추럴 원료입니다.
구아이악 우드는 CITES(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리스트에 2006년부터 지정되었으며, 말 그대로 원산지 국가 이외의 거래는 국가 간 절차를 통해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한 해마다 수확량과 거래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필요량 대비 공급량이 따라가질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구아이악 우드가 포함된 향수들이 많이 생겼는데, 아마도 이를 선점하여 원료를 확보하고 제조했을 거로 추측합니다. 나는 쓸 수 있지만 남이 못 쓴다면 그건 엄청난 혜택이라 보거든요.
향취는 본디 우드의 느낌이 있지만 베티버처럼 스모키(smoky)하며 발사믹(balsamic)한 향취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직관적인 향취는 장작불에 구운 군고구마 냄새가 납니다. 구아이악 우드는 지속성이 상당히 좋은 내추럴이며, 특히 스파이시한 플로랄과 잘 어울립니다. 프렌치 로즈 타입이나 카네이션 노트와 사용하게 되면 오리엔탈 하거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Gaiac 10 Tokyo by Le Labo
르 라보의 가이악은 순수한 구아이악 우드의 향취는 아닙니다. 하지만 구아이악 우드가 가진 느낌을 최대한 맞추려고 잔잔한 머스크와 우디 노트를 보조하고자 사용했습니다.
향기의 느낌은 상당히 심플해요. 복잡한 느낌은 우디가 가진 본디 모습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이악은 첫 발향을 느끼는 것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의 향을 음미하는 것이 좋은 향수입니다. 마치 새 가죽보다는 오래된 가죽이 색과 광택으로 인고의 결과를 말해주듯이 향취로 보답해 주고 있습니다.
우디와 머스크의 느낌이 전부라 자칫 심심하다고 하지만 구아이악의 면모를 알아가는데 이만한 향수는 없는 것 같네요. 화이트 머스크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운 나무의 향취를 느끼고 싶으시면 가이악을 추천해 드립니다.
L’ombre Dans L’eau by Diptyque
딥티크의 롬브르단로는 쌉싸름한 블랙커런트의 향기가 매력적이지만 숨겨진 우디의 향기를 찾으셨는지 모르겠어요.
탑 노트의 상큼한 시트러스와 그린 스파이시한 블랙커런트가 화려하게 시작해 주고 있으며 미들 노트에 로즈는 탑 노트의 스파이시한 분위기를 잘 이어받아 내추럴하면서 고급스러운 노트로 만들어 줍니다. 베이스 노트는 의외로 단순하게 구아이악 우드 노트 하나만 사용하여 스파이시한 느낌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심플하지만 최대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연출하려고 했으며 시간이 지나도 남겨지는 우디의 느낌은 매혹적으로 느껴집니다.
사이프리올 (Cypriol)
사이프리올은 우디 노트의 향취를 가졌지만 실제로는 베티버처럼 풀뿌리에서 수증기 증류를 하여 향기 추출하는 식물입니다.
주산지는 인도이며 향취는 스모키(smoky)하고 흙냄새(earthy)를 가지고 있어요. 특히 얼시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파인 노트와 사용한다면 포레스트 노트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어요.
사이프리올은 다른 우디 노트 원료와 달리 발향성이 좋아서 아미리스 혹은 베티버와 같이 사용하면 우디 노트의 볼륨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프리올은 우디지만 향기 성분들은 미들 노트 부분에 위치하여 있기 때문에 허브나 플로랄 노트와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어서 유니크한 향기를 만들기 때 좋은 원료로 쓰입니다.
사이프리올은 최근 젠더리스 향수에 흔하게 사용되며 시프레 노트와도 연관 지어 사용되는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이프리올은 또 다른 장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사믹한 느낌이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진득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바뀌어요. 그래서 사이프리올이 함유된 향수들은 드라이아웃 되고 나면 부드러운 나무 향취가 다른 매력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Oud Wood by Tom Ford
톰 포드의 오드 우드는 침향이라는 아가우드를 사용한 향수입니다.
오래되어 묵은 듯한 나무의 향취가 올드한 분위기로 만들 수 있겠지만 사실 아가우드 옆에는 패출리, 사이프리올, 베티버 등이 섞여서 오리엔탈 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우디 노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머스크와 앰버의 향도 심플하게 사용하여 오드 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묵직하고 파워풀한 향기에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으며 거친 나무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상쇄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이프리올이 오드 우드의 향기에서 발사믹하고 달콤한 후취로 만들어 주는 역할로 사용하며 흔한 우디의 느낌이 아닌 오리엔탈 적인 우디를 느껴보고 싶다면 오드 우드를 추천합니다.
Il N’y a Pas De Bien Ni De Mal T. J by D’orsay
도르세의 떼지는 스모키한 우디라는 것이 특징인 향수입니다.
자세히 말하면 떼지는 모든 우디 노트를 결합해 놓은 약간은 복잡한 향기입니다. 시더우드와 패출리가 우디의 기본을 만들고 스모키한 베티버와 사이프리올을 사용하여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모든 향기들은 베이스 노트에 집중하다 보니 향취가 밋밋하고 특색있는 향취는 아닐 수 있지만 떼지의 매력은 오래된 가구에 꽂혀 있는 책갈피를 열어 보는 듯한 향취입니다. 드라이하고 침착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한 번 향기를 맡게 되면 뒤돌아서 다시금 생각나게 합니다.
베티버와 사이프리올의 조합은 남녀가 같이 사용해도 좋으며 진하고 볼륨감 넘치는 향기를 오랫동안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줍니다.
자, 이로써 우디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2024년을 돌아보니 노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쓴 듯하네요^^ 향기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전달해 드리고 싶지만, 어느 부분부터 구독자님들에게 먼저 전달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는 초루짱입니다. 모두 2024년 마무리 잘하시고요, 다가오는 2025년에도 여러분들이 몰랐던 이야기와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로 더 많은 즐거움을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센트진을 구독하시면 제 이야기는 언제든지 보실 수 있어요! ( 뉴스레터 구독하기 : 센트진 )
그럼, 우리 내년에도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