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향료회사의 세계 | 현직 조향사와의 인터뷰
인터뷰 기사
일상생활 곳곳에 향이 없는 곳은 찾기 어렵습니다. 향수라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향기‘를 만드는 곳은 바로 향료회사죠.
스킨케어, 헤어 제품, 세제와 섬유유연제, 공간의 향기까지.
향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 어디든 향료는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향수가 아닌, 향료를 다루는 조향사의 세계는 어떨까요?
일상에 스며든 향기들이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향을 연구하고 창조하는 향료회사의 문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향료와 향수의 차이, 국내 향료 산업의 성장, 그리고 좋은 향을 고르는 팁까지.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알아보겠습니다.
편의상 센트진의 질문에는 📌표시를, 조향사님 답변에는 👉표시를 해둘게요.
📌안녕하세요? 우선 센트진 구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화에프앤에프 향장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이자 조향사 김태철입니다.
향수보다 향료? 향료 세계 이야기
📌향수회사가 아니라 향료회사는 익숙하지 않은데요, 향료회사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향사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향수라는 제품이 생각나실 겁니다. 향에 대해서 가장 유명하고 많이 접해본 화장품은 향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조향사가 말하는 향료회사 vs 향수회사, 무엇이 다를까?
향료라는 개념이 잡히기 전에 유럽의 조향사들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나 약재 등을 혼합하여 수건에 묻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향료를 만들었고, 그것이 향수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향수를 통해서 조향사라는 직업이나 사람을 알 수 있었으며, 현대의 조향사들은 향수 이외도 향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적용할 수 있는 향료를 만드는데요. 그곳이 향료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향수회사는 향료를 가지고 향수라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구요, 향료회사는 향료물질을 가지고 향수가 포함된 화장품류, 생활화학제품류, 산업용 등 다양하게 향을 제공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 향료회사의 세계
📌보통 고급 프랑스 향료를 사용한다는 광고문구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국내 향료회사는 어떤 곳이 있고, 향료는 어디에서 수입하는지, 저희 같은 소비자도 이런 향료를 구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요.
👉그렇죠. 마케팅 문구로 프랑스 향료를 사용한다면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향료는 전부 프랑스에서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프랑스에서 실제로 원료를 만드는 물질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프랑스에서 갖가지 원료를 혼합하여 만들었다는 뜻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연원료나 화학 원료들은 본래 잘 만드는 지역과 기술이 좋은 나라가 있기에 프랑스에서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원료들을 다루는 국내 향료회사는 많겠죠. 서울향료, 한빛향료, 키멕스향료, 고려에프앤에프, 한불화농(그리고 조향사님이 근무하시는 삼화에프앤에프) 등이 될 듯 싶구요, 이외에도 국내 향료사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향료의 재료들은 90% 이상 전 세계에서 수입한다 고 보시면 될 듯싶습니다.
국내 향료회사는 화장품을 제조 및 판매를 하는 회사 또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와 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분들이 접근하기 어려우실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향료라는 물질은 본래 화학물질이 혼합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보관 및 취급에 대해 잘 알고 다루어야 합니다.
단지 향기가 좋아서 향료들을 만들고 맡아보고 하실 수 있지만, 현실은 물질에 대해서 취급 시 위험성 혹은 예방, 폐기에 대한 문제 등 환경적인 요소까지 뒷받침해 줄 수 있어야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인분들은 향료를 다이렉트로 사용하시기 어려우실 듯합니다.
보쌈에 어울리는 진저 향?
📌이번에 원할머니보쌈에서 오 드 뽀싸므 라는 이벤트 한정 향수를 만들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보쌈족발 하면 생각나는 진저향을 메인으로 만든 것이 특이했어요.
이렇게 향수와 향 제품들이 콜라보해서 출시되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 많은 것들이 향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커지는 시장 크기만큼 많은 분들이 브랜드화에 도전하고 있기도 하구요. 현직에 계시는 분이 느끼는 국내 향수 산업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국내 향수 산업의 현황과 미래
👉국내의 향수 산업은 저조차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명 럭셔리 브랜드 위주의 마켓이 형성되었다면, 현재는 니치퍼퓸의 등장으로 소규모 국내 브랜드 일지라도 언제든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발전이 향수 산업에도 크게 기여했는데요, 그 이유는 과거엔 향수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인 백화점이나 로드스토어에서 국한되어 구매할 수 있었기에 소비자들의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았습니다.
매장에서는 유명브랜드만 판매하여 매출에 대한 리스크를 적게 만들려 했지만, 현재는 온라인인 SNS, 드럭스토어, 코스메틱 앱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신규 브랜드의 출시를 보다 더 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에 익숙해진 세대들은 온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사용 후기나 신상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에, 내가 굳이 매장에 가지 않아도 어렴풋이 상품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어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가 짧아진 것도 향수나 향기 제품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향사도 깜짝! 올라가는 향수 가격, 이유는?
📌요즘 향수 가격이 다들 올라요. 한군데만 오르는 것도 아니고, 국내브랜드 해외브랜드 가리지도 않고요.
물가가 다 오르니 당연한 거지 싶지만, 안 그래도 비싼데 😭 싶기도 하구요. 향료 가격, 많이 올랐나요?
👉아..향수 가격 정말 미쳤죠^^; 정말 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아요.
향료도 물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향료라는 물질도 하나하나 재료를 구해 섞어야 하는데 많은 재료들이 조금씩 오르게 된다면 완성 제품 가격은 많이 오르게 됩니다.
향료의 가격 변동 요인은 참 많습니다. 수입을 하기 때문에 환율에 대한 문제, 자연 물질은 작황에 대한 문제, 화학물질 같은 경우는 초기물질에 원재료가 변동, 화학회사의 운영비 상승, 공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비용 상승 등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 시기는 고물가, 고환율 시대기 때문에 결코 가격이 메리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조향사가 되는 것이 꿈이셨나요? 원래는 어떤 꿈을 가지고 계셨나요?
👉사실 저는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조향사라는 직업을 잘 몰랐습니다. 그저 향수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으며, 호기심에 내추럴 오일을 혼합하여 아로마액 정도를 만들어 보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화학전공을 하여 졸업 후 좀 더 깨끗한 공간에서 연구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화장품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화장품을 다루다 보면 향료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것을 어떻게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호기심에 정보를 찾다 보니 예전에 향기를 좋아했던 기억과 조향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운이 좋게 향료회사에 공채로 입사하여 조향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조향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현실 조언
📌조향사가 되고 싶어 하는 많은 분께 조향사의 일과 어떤 경력을 통해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제가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조향사는 공채 신입으로 시작하거나 경력직 이동, 퍼퓸디자이너, 이벨류에이터(evaluator)등 향기를 다루는 부분은 많습니다.
조향사는 향수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향기 제품에 들어가는 향료를 만드는 직업이기에 어딘가에 국한되어서 향료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조향사라는 직업이 흔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았기에 회사에 입사하듯이 일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온라인 자격증 수업, 오프라인 학원 등 향료를 쉽게 접해볼 기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도 조향사라는 직업의 문이 항상 쉽게 열려있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꼭 자격증이나 전공이 필요로 하지는 않으나 향료회사의 입사는 우대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회사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하려고 하죠.
향수 마니아가 알아야 할 시향 팁!
📌정말 공감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많은 향료를 접하고, 많은 향수들을 만나게 되실 텐데, 향수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당부하고 싶은 점이나 알려주시고 싶은 사항이 있을까요?
그리고 좋은 향이나 자기에게 맞는 향을 고르는 방법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조향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향수보다는 향기가 나는 모든 제품을 접해봤다고 자부하지만, 항상 새로운 제품이 넘쳐나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향수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도 자기만의 향기 스타일이나 같은 부류의 향수를 잘 수집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단지 향수를 모은다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정보를 알고 향기를 맡아본다면 좀 더 재미있는 시향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면 이 향수는 어떤 조향사가 만들었으며, 이것을 만든 조향사는 또 어떤 브랜드의 향수를 만들었고, 이 사람은 이런 느낌의 향기를 잘 만드는구나 하는 추리감과 향수에 대한 마케팅을 이해하면 또 다른 재미 요소가 생깁니다.
브랜드만의 철학이라든지 광고 등을 확인하고 다시금 시향을 하면 아마도 또 다른 향기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나만의 향수 찾는 법? 꿀팁!
그리고 향료는 향수 뿐만 아니라 여러분 옆에 있는 스킨케어 혹은 헤어, 바디제품에도 들어 있기에 화장품을 바르거나 씻어냈을 때 이 안에 느껴지는 향기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는 것도 향기를 맡는 연습 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모으다 보면 공통되는 노트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향기가 들어있는 향수를 찾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니 꼭 브랜드의 밸류로 구매하기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향기 혹은 노트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정보는 구글링에 통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실행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향은 맡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터디를 통해서 깨달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 생각하는 일인입니다.
국내 향료회사의 세계에 관한 이번 인터뷰에서 김태철 조향사님과 함께한 여정이 라스트노트처럼 여운이 남네요.
흔히 알아볼 수 없는 향료회사의 세계부터, 향수 가격 상승의 이유, 향을 고르는 팁까지—향기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조향사님의 말처럼 ‘나만의 개성 있는 향‘에 도전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독자분들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향기, 그 속의 숨은 이야기들을 알아보면서, 나의 취향과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