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향이 알고 싶다 | 향조 탐구하기 1
안녕하세요. 초루짱입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누구나 들어봤지만 왜 그랬는지 몰랐던 이야기를 할게요. 향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쉽게 접해볼 수 있는 것이 퍼퓸피라미드 혹은 향조 설명문 입니다.
보통은 트라이앵글인 삼각형인 모양을 예시로 만듭니다. 정설로서 삼각형의 이유 는 가로줄을 나눈 면적 값이 향을 이루는 노트의 함량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의 향수들은 탑, 미들, 베이스의 함량을 삼각형의 비율만큼 비슷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모양이 고정되어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향수들은 꼭 이런 모양대로 만들지 않고 있으며 노트마다 비율이 다르므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니치향수들은 특히나 맞지 않는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조를 나타내는 모습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여러분들은 탑 노트(head note), 미들 노트(heart note), 베이스 노트라는 표현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전체적인 향기에서 시간대별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을 크게 3부분으로 나눈 것 입니다. 위의 표에 보셨겠지만 탑 노트 부분은 상단에 위치할수록 휘발이 잘 되어 사람의 후각기관에 가장 먼저 감지되는 향기 성분들이 모여있는 부분 이기도 해요. 좀 더 세밀하게 말하면 같은 탑 노트 부분에 위치하지만, 향기 성분마다 휘발성이 다르므로 향수마다 혹은 향료마다 탑 노트에 어떤 특정 노트가 먼저 감지가 되는 것은 달라집니다. 반대로 베이스 노트에 있는 세부 노트도 휘발성이 다르기에 피부에 남는 향취도 다릅니다.
그러면 이러한 휘발성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위의 표는 각 대표 노트에 함유되는 대표적인 화학성분을 표로 나타내었습니다.
탑 노트에 천연 시트러스 오일에 함유되어 있거나 아로마 케미컬로 많이 사용되는 리모넨(limonene), 미들 노트에 플로랄 노트 중 로즈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아로마 케미컬인 페네틸알코올(phenylethyl alcohol), 베이스 노트에 머스크 노트 널리 사용되는 갈락솔라이드(galaxolide)를 예로 말하겠습니다.
MW(molecular weight)은 분자량이며 향기를 가진 화학물질 구조체의 질량 값이라 합니다. VP(vapor pressure)는 증기압이며 25°C(실온 기준)에서 물질이 증발하는 값이라 합니다. 조향을 하기 위해서 화학 관련 종사자가 유리한 이유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비전공자보다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 유리한 것이 이러한 이유입니다. 화학 이야기가 나오니 약간 어렵죠?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분자량 즉, 무게가 가벼운 향기 분자가 증기압이 높아 휘발이 더 잘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마치 가벼운 향기가 바람에 더 잘 날아간다고 해야 할까요?
위에 그림들은 천연오일을 분석한 GC(gas chromatography) 데이터입니다. 서로 동등한 조건으로 분석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결과물로 보기에는 좋은 자료입니다.
GC라는 분석장치는 시간에 따라 열을 가하여 증발한 향기 분자를 검출하는 장치입니다. 출력된 데이터는 보통 저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요, 왼쪽의 사진은 탑 노트에 많이 사용되는 오렌지 오일을 분석한 결과이고, 오른쪽은 미들 노트에 사용되는 제라늄 오일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혹시 두 데이터의 차이점이 눈에 보이시나요? 오렌지 오일 분석 성분들은 주로 왼쪽에 위치하고 제라늄 오일 분석 성분들은 주로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게 느껴지실까요? 왼쪽으로 치우칠수록 증발력이 좋아 탑 노트에 위치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칠수록 증발력이 낮아 베이스 노트에 위치한다 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 그림은 동등한 분석 조건으로 3가지 향을 분석한 데이터입니다. 이제 A, B, C를 본다면 어느 것이 더 휘발이 잘 되는지 구분이 되겠죠? 가벼운 물질들이 많이 혼합된 C가 발향이 가장 좋을 것이며, 그다음 발향력은 B, A 순으로 됩니다.
조향사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발향력이라든지 지속성을 가늠할 수 있으며, 제품을 카피할 때 이용하거나 향료의 이상 유무를 판단할 때 근거 자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숙달된 조향사들은 피크만 봐도 어떤 천연오일이 함유되어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냄새를 맡아보지 않아도 분석 데이터를 본다면 어느 향기를 지니고 있는지 대강으로 머리에 그릴 수 있답니다.
모든 화학물질이 정확하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화학물질이 가진 성격상 유사한 패턴을 보여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향료에 포함된 향기 분자는 적게는 몇백 개, 많게는 몇천 개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탑, 미들, 베이스 노트라는 구분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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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세 가지 구분에 따라 정해진 발향 시간이 따로 있을까요?
위의 표를 보시면 탑 노트는 5~15분 발향이 되는 성분들, 미들 노트는 20~60분, 베이스 노트는 6시간이라 정했습니다. 보통 향수를 뿌리고 인체가 느끼는 시간을 일반적으로 정한 것이며, 정확하게 여기까지는 무슨 노트라고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향수는 향기 분자를 이루는 집합체이기 때문에 많은 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나눌 수 없으며 대상적인 향기 데이터로 근간하여 분류한 것입니다. 위의 표로만 본다면 5~15분 동안은 탑 노트의 향기들이 나고 60분까지는 미들 노트가 맡을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후각기관은 모든 향기 분자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탑 노트의 성분들이 5~15분 동안 미들, 베이스 원료의 향취를 보다 강하게 올라와 더 빨리 감지하는 것 이지 맡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또한 15분이 지났다고 탑 노트의 성분이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원료보다 발향력이 떨어져 후각이 감지 못하게 된다 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났다고 향기 분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물질의 발향을 순서대로 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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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가지 이미지는 SYMRISE, FIRMENICH에서 판매하고 있는 원료들의 세부 개요서입니다. 빨간색 테두리로 체크 되어 있는 부분이 향기 물질의 최종적 지속시간이라 보시면 됩니다. 두 가지 원료는 주로 플로랄 노트를 이루는 미들 노트에 위치하며 리나룰(LINALOOL)은 최대 하루까지 향기가 남으며, 헤디온(HEDIONE)은 미약하게 2주까지 향기가 남는다고 표시되어 있어요. 같은 미들 노트라 하지만 원료 특성상 이렇게 차이가 나기도 해요. 그래서 정확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탑, 미들, 베이스 노트를 구분 짓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화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어 조금은 지루하실 수 있겠지만 향기 성분 분자에 대해 이해해야지 세부 노트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입니다. 다음에는 큰 3가지 노트 중 어떤 세부 노트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