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향수 스토리 Hermès
에르메스 Hermès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럭셔리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브랜드지만,
샤넬이나 디올처럼 백화점 메인을 점령하고 있는 코스메틱도 아니고, 루이비통처럼 고가정책을 고수하는 퍼퓸라인도 아니라서 오히려 향수 쪽에서는 진가를 인정받고 있지 못한 브랜드 중 하나 라고 생각하는 에르메스의 향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죽에서 시작된 럭셔리 아이콘
에르메스 하면 가죽이죠.
브랜드의 시작은 🐴말 안장과 마구 제작이었습니다.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는 프랑스 파리에서 승마용 마구를 제작하는 공방을 열었는데, 튼튼하면서도 세련된 가죽 제품으로 소문나며 유럽 왕실과 귀족들에게 유명해졌어요.
20세기 자동차의 시대가 열리며 에르메스는 본격적인 가죽 제품을 출시합니다.
1922년 첫 가죽 핸드백에 이어, 켈리백, 버킨백 등을 내놓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죠.
1937년 까레를 선보이며 스카프, 시계 등으로 확장했고 의류, 향수, 식기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제품군을 넓혀갑니다.
2000년대 초, LVMH 그룹이 에르메스의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권을 위협했지만, 이를 방어하고 6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대단한 브랜드이기도 해요.
장인 정신, 품질, 전통 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을 지양하고 수작업과 품질에 대한 철저한 고집을 유지 한다는 점은 에르메스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요?
에르메스의 조향사
1951년, 에르메스는 향수 시장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뛰어난 조향사를 찾았고, 선택된 인물은 바로 에디몽 루드니츠카 Edmond Roudnitska 였습니다.
Eau Sauvage와 Diorissimo 등 유명 향수를 조향한 그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조향사 중 한 명이죠.
에르메스의 첫 번째 향수 Eau d’Hermès에 대해 루드니츠카는 “…the fragrance wafting from the interior of a Hermes bag… a note of delicate leather coated with the fresh scent of citrus fruits and flavored with spices …에르메스 가방 속의 향기… 시트러스 프루티와 스파이시한 향으로 감싼 섬세한 가죽 노트” 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Caleche(1961), Eau d’Orange Verte(1979), Bel Ami(1986), 24 Faubourg(1995) 등을 출시하던 에르메스는 브랜드만의 철학을 담아낼 전속 퍼퓨머를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장-클로드 엘레나 Jean-Claude Ellena 였습니다.
에르메스에 날개를 단 듯, 정말 핏이 잘 맞는 거장을 영입했기에, 그 이후 정말 멋진 향수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Un Jardin en Méditerranée(2003), Hermessence 컬렉션(2004), Un Jardin sur le Nil(2005), Terre d’Hermès(2006), Kelly Calèche(2007), Voyage d’Hermès(2010), Jour d’Hermès(2012), Eau de Néroli Doré(2016) 등 미니멀리즘 조향 스타일의 엘레나는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에르메스의 향을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2016년, 장-클로드 엘레나의 뒤를 이어 크리스틴 나이젤 Christine Nagel 이 새로운 전속 퍼퓨머가 되었습니다.
Narciso Rodriguez의 For Her, Jo Malone의 English Pear & Freesia, Wood Sage & Sea Salt 같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실력파로, 2014년부터 엘레나와 함께 일하다가 2016년 그의 은퇴 후 더욱 활발하게 에르메스의 향을 만들고 있습니다.
Twilly d’Hermès(2017), H24(2021), Barénia(2024) 가 그녀의 작품입니다.
에르메스의 대표 향수
개인적으로 에르메스의 향은 여성 취향이라기보다는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깔레쉬나 트윌리가 있지만 에르메스의 느낌이 희미하달까요?
브랜드를 관통하는 “가죽”이라는 단어 자체가 조금 남성적이라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러면 센트진 pick 대표 향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Eau d’Hermès (1951)
에드몽 루드니츠카가 만든 에르메스의 데뷔 향수로, 에르메스 가죽 가방을 열었을 때의 향기를 담아냈습니다.
시트러스, 스파이시, 웜 레더 향이 어우러져 브랜드의 장인 정신과 헤리티지를 상징합니다.
Un Jardin sur le Nil (2005)
자르뎅 시리즈의 대표 향수로, 장 클로드 엘레나가 이집트 아스완으로 떠난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엘레나가 에르메스와 협업하기 전, 첫 번째로 선보인 지중해 정원 Un Jardin en Méditerranée (2003)에서 세계관이 시작되었고, 운 자르뎅 수르닐을 통해 정원 시리즈가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그린, 프루티(Green Mango), 플로럴(Lotus), 머스크 노트를 담아낸 향입니다.
Terre d’Hermès (2006)
대지를 상징하는 떼르 데르메스는 시트러스와 우디, 스파이시 노트의 조화로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표현했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대히트를 기록하며, 2007년 FiFi 어워드 베스트 남성 향수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하고 에르메스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H24 (2021)
크리스틴 나이젤이 조향한, 에르메스가 15년 만에 런칭한 남성 향수로, 초록빛 세이지의 에너지와 이끼 노트, 활기 넘치는 스클라렌이 어우러져 현대적인 남성성을 반영합니다.
H는 에르메스(Hermès), 남성(Homme), 시간(Heures)의 이니셜이며, 24는 시간에 대한 해석을 표현하는 동시에, 포부르 생토노레 24번가에 위치한 에르메스와의 관계를 상징하는 숫자라고 합니다.
Barénia (2024)
송아지 가죽을 모티브로, 크리스틴 나이젤이 10년간 만든 브랜드의 첫 시프레 향수입니다.
버터플라이 릴리, 미라클 베리, 오크우드, 파출리 노트로,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의 진행을 보여주는 독특한 착용감을 보여줍니다.
머스키 하지 않은 우디 잔향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