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할리곤스 향수 스토리 PENHALIGON’S
영국 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세요?
전 조 말론, 몰튼 브라운 그리고 펜할리곤스가 떠오릅니다.
펜할리곤스도 저번에 소개했던 겔랑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죠.
이름을 걸고 역사를 쌓아가는 브랜드, 펜할리곤스 향수 스토리 PENHALIGON’S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역사의 시작
보타이로 상징되는 펜할리곤스는 1870년 윌리엄 헨리 펜할리곤 William Henry Penhaligon이 런던에서 창립한 영국의 대표적인 향수 브랜드입니다.
Barber 이발사로 시작한 그는, 1872년에 첫 향수인 ‘함맘 부케(Hammam Bouquet)‘를 내놓으면서 향수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죠.
이 시기는 터키식 목욕탕(Turkish baths)이 큰 유행을 했는데, 빅토리아 여왕 재위 기간(1837–1901)부터 시작되어 Victorian Turkish baths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찜질방 비슷한 시스템으로,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냉탕이나 샤워를 한 후 마사지를 받는 형식이었는데, 이발사였던 그는 면도와 헤어컷, 스타일링, 마사지 등을 담당했겠죠?
마무리에 함맘 부케를 칙칙 뿌려주면, 완벽한 스타일링이었을 것 같습니다. ^^
이 향수는 터키식 목욕탕과 스팀에서 영감을 받아 따뜻하고 스파이시한 향으로 만들어졌는데, 고급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풍겨서 당시 런던의 상류층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펜할리곤스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게 했습니다.
또 다른 대표작 ‘블렌하임 부케(Blenheim Bouquet)‘는 1902년에 말보로 공작의 요청으로 월터 펜할리곤 Walter Penhaligon이 만들었습니다.
이 향수는 당시 유행하던 플로럴 계열을 벗어나, 상큼한 시트러스와 스파이시한 우디 노트로 남성적인 매력을 뿜어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히트 제품이 되었죠.
펜할리곤스의 명성은 왕실과도 연관이 있는데, 윌리엄 펜할리곤이 사망한 후 1903년 알렉산드라 여왕은 그가 만든 향수를 높이 평가해 첫 로열 워런트를 수여했어요.
그 후로도 펜할리곤스는 꾸준히 왕실의 사랑을 받았고, 1956년에는 에든버러 공작, 1988년에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 즉 찰스 왕자로부터 추가로 로열 워런트를 받으며 영국 왕실 공식 향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련과 성장
하지만 펜할리곤스의 역사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941년 블리츠 공습으로 저민 스트리트 Jermyn Street에 있던 매장이 파괴되었거든요.
하지만 1920년대 후반에 이전한 버리 스트리트 Bury Street의 매장은 남아 있었고, Geo. F. Trumper에게 인수되었습니다.
그 후, 1975년 코벤트 가든 Covent Garden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면서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특히 1978년에 출시된 ‘블루벨(Bluebell)‘은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며 펜할리곤스의 상징적인 향수가 되었어요.
현대에 들어와서도 브랜드는 새로운 컬렉션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향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40대 브랜드 팬들뿐 아니라 MZ세대들도 관심을 가지는 브랜드가 되었죠.
한국에서는 2011년 갤러리아 백화점에 매장을 열고 일찌감치 니치퍼퓸으로 진출했는데, 그때 향수 좀 뿌린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독특한 향으로 사랑받았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40대 팬층이 두터운 편입니다.
현재 펜할리곤스는 스페인의 패션 및 향수 회사인 푸치(Puig International SA)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푸치는 펜할리곤스 외에도 L’Artisan Parfumeur, Christian Louboutin, Comme des Garçons, Adolfo Dominguez, Antonio Banderas, Shakira, Benetton 및 Byredo를 가진 향수 재벌입니다.
아이덴티티
펜할리곤스만의 아이덴티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3가지 정도로 추려 봤어요.
1. 로열 워런트와 영국적 전통
1903년부터 이어진 ‘로열 워런트’는 브랜드에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영국적인 전통, 그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펜할리곤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듯 해요.
2. 스토리텔링
펜할리곤스의 향수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블렌하임 부케는 말보로 공작을 위한 맞춤 향수였고, 함맘 부케는 터키식 목욕탕에서 영감을 받았죠.
상류층 사회의 인물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포트레이트 컬렉션도 스토리의 힘이 있어요.
3. 디자인
보타이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로, 투명한 유리병에 리본이 달린 보틀은 펜할리곤스의 고전적인 디자인입니다.
각 컬렉션마다 딱 어울리는 패키징이 매력 포인트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Collection
Penhaligon’s에는 여러 독특한 컬렉션이 있는데,
여기서는 브리티쉬 테일즈(British Tales), 포트레이트 컬렉션(Portrait Collection), 포션 앤 래메디 컬렉션(Potion & Remedy Collection), 그리고 트레이드 루트 컬렉션(Trade Routes Collections)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브리티시 테일즈 컬렉션 British Tales Collections
이 컬렉션은 영국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영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향으로 표현했습니다.
Endymion, Sartorial, 그리고 Luna 같은 향수가 이 라인에 속하죠.
각각은 영국의 상징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했으며, 클래식한 동시에 현대적인 매력을 담고 있어요.
포트레이트 컬렉션 Portrait Collections
가장 유명한 컬렉션이죠?
펜할리곤스의 포트레이트 컬렉션은 상류층 사회의 인물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며, 각각의 향수가 특정 캐릭터를 상징합니다.
Lord George, Lady Blanche, The Coveted Duchess Rose 등이 대표적이며, 캐릭터마다 독특한 성격을 담은 향으로, 유머러스한 설정과 복잡한 계층 구조를 상징합니다.
포션 앤 래메디 컬렉션 Potion & Remedy Collections
최근에 출시한 이 컬렉션은 펜할리곤스의 약학적 유산을 강조한 라인으로, 고대 연금술과 약초학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각 향수는 전통적인 약용 향료들을 사용해 진정, 활력, 집중 등을 상징하며, 치료 효과를 암시하는 특별한 컬렉션입니다.
트레이드 루트 컬렉션 Trade Routes Collections
19세기와 20세기 초반, 영국은 글로벌 무역의 중심지였으며, 이 시기에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귀한 재료들이 런던으로 모였습니다.
이러한 무역로를 따라 발견된 향료, 향신료, 귀금속 등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 바로 트레이드 루트 컬렉션입니다.
Perfumes
블렌하임 부케 Blenheim Bouquet
1902년에 탄생한 블렌하임 부케는 펜할리곤스의 상징적인 향수 중 하나입니다.
이 향수는 말보로 공작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 향수의 대부분이었던 플로럴 노트 대신, 시트러스와 우디, 스파이시한 노트를 사용했어요.
상큼한 레몬과 라임으로 시작해 우디하게 마무리되는 전형적 남성 향수 스타일입니다.
쥬니퍼 슬링 Juniper Sling
1920년대 런던에서 유행한 진 토닉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로, 쥬니퍼 베리의 청량한 노트로 시작해, 블랙 페퍼, 레더, 베티버 등으로 이어지는 향입니다.
조향사는 Olivier Cresp입니다.
루나 Luna
루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입니다.
특히 달의 여신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는데, 그만큼 은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상쾌한 시트러스와 플로럴 노트로 예쁜 향이면서
우디 머스크로 마무리되어 무게감도 더했습니다.
엔디미온 Endymion
엔디미온 역시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로, 달의 여신에게 사랑받았던 미소년 엔디미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라벤더, 커피, 제라늄, 레더, 미르, 올리바넘 등의 남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노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잔향은 꽤 부드러운 편입니다.
할페티 Halfeti
할페티는 터키의 이국적인 꽃, 향신료, 가죽 등에서 영감을 받아, 검은 장미가 자란다는 터키 마을의 이름을 따온 향수입니다.
특히 터키산 블랙 로즈에서 착안했는데,
시트러스 하게 시작해서 장미와 샤프란, 오우드와 레더가 어우러지며 고급스러운 오리엔탈무드를 느낄 수 있어요.